여자탁구 단일팀 결승행 좌절
두 감독 머리 맞대며 작전 짜고 선수들 ‘코리아’ 외치며 우애 다져
“탁구룰보다 평화가 더 중요”… 바이케르트 국제연맹 회장 강조
세계 49위 北 김송이, 세계 3위와 불꽃 접전 안재형 한국 감독(왼쪽)과 김진명 북한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등 남북 탁구대표 단일팀 선수단이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응원하고 있다(위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시카와 가스미(세계 랭킹 3위)의 공을 받아치고 있는
김송이(북한). 김송이는 접전 끝에 패했으나 듀스를 거듭하는 끈질긴 승부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각자 태극기와 인공기가 달린 옷을 입은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대기석에서 함께 가슴 졸이며 김송이(세계 랭킹 49위·북한)의 분투를 응원했다. 상대는 일본 여자 탁구의 얼굴이라 불리는 이시카와 가스미(3위·일본).
국제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해 랭킹은 낮았지만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던 김송이는 저력이 있었고 끈질겼다. 첫 게임에서 4-11로 큰 점수차로 졌지만 이후 수비형인 자신의 특기를 살려 명승부를 펼쳤다. 상대 공격을 낮게 받아치다가도 허를 찌르는 과감한 공격에 나서며 이시카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두 번째 게임을 11-6으로 따내며 1-1을 만든 김송이는 세 번째 게임에서 다시 8-11로 져 1-2로 밀렸다. 그러나 다시 네 번째 게임을 듀스 끝에 13-11로 이기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게임 스코어 2-2 상황에서 김송이와 이시카와는 마지막 게임을 놓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벌였다. 11-11에 이어 12-12, 13-13, 14-14까지 동점이 계속 이어졌다. 대기석에 있던 남북한 선수들은 김송이가 점수를 딸 때마다 함께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성을 질렀다. 김송이는 결국 14-16으로 마지막 게임을 내주며 게임스코어 2-3으로 졌다. 경기 후 김송이는 “처음이니까 잘하려는 욕망도 강하고 팀에 유익한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좀 많이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김송이는 세계 탁구계의 강자로 떠오른 일본의 간판스타를 상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펼치며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남북이 힘을 합칠 경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에 구성된 남북 단일팀(KOREA)은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 4강전에서 일본에 매치스코어 0-3으로 패했다. 5단식 3선승제로 치러진 이날 경기에 단일팀은 남북이 합의하여 전지희(35위·한국), 김송이(49위·북한), 양하은(27위·한국)을 차례대로 내세웠지만 일본의 이토 미마(7위), 이시카와 가스미, 히라노 미우(6위)에게 졌다(게임 스코어 각각 0-3, 2-3, 1-3). 그러나 단일팀 선수들은 3, 4위전이 없는 이번 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으로 4강에 동반 진출하며 함께 동메달을 땄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기존 엔트리 5명을 단일팀 9명(한국 5명, 북한 4명)으로 늘려주면서 이들은 나란히 앉아 서로를 응원했다. 심리적 위축을 우려한 일본에서도 ITTF에 요청해 후보 선수들을 포함해 같은 수의 선수가 대기석에 앉아 응원전을 벌였다.
대회 도중 구성된 단일팀은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일팀을 위해 엔트리 확대 등 경기 규정을 바꿔도 되느냐는 민감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은 “맞다. 이번에 규정을 바꿨다. 그러나 규정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향한 신호다”라며 단일팀의 의의를 강조했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단일팀은 평화를 위한 빅 사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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