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캡틴 아메리카’ 리드, 그린 리더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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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15언더, 메이저 첫 우승… 파울러-스피스 거센 추격 뿌리쳐
대학 교칙 위반하고 부모와 의절
지나친 자신감 등 잇단 구설수로 ‘가장 인기없는 챔피언’ 꼽혀도 당당하게 “골프만 잘하면 된다”

18번홀(파4)에서 패트릭 리드(28·미국)의 6m 버디 퍼팅은 홀을 지나쳤다. 우승을 확정지으려면 파 세이브를 해야 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한 상황에서 그는 침착했다. ‘네가 긴장된다면 그것은 우승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는 리드. 그는 90cm 파 퍼팅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길지 않은 골프 인생에서 숱한 역경을 정면 돌파해온 리드가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다.

리드는 9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마스터스에서 15언더파 273타로 우승했다. 2위 리키 파울러(14언더파)와 3위 조던 스피스(13언더파·이상 미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그린재킷을 품었다. 2016년 8월 더 바클레이스 우승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리드는 1년 8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승을 기록했다.

AP통신은 “‘캡틴 아메리카’ 리드가 가장 값진 타이틀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 별명은 리드가 2016년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싱글 매치를 승리하는 등 미국의 우승을 이끌며 얻었다. 전날 2위에 오른 매킬로이는 리드와 동반 플레이를 하며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노렸지만 2오버파로 부진해 공동 5위(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메이저 왕좌에 오른 리드지만 동시에 그는 ‘가장 인기 없는 챔피언’으로도 불린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4라운드에서 리드보다 매킬로이를 응원한 갤러리가 많았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데다 그동안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리드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인근에 위치한 오거스타 스테이트대를 졸업했다. 원래 스포츠 명문 조지아대에 입학했던 그는 1년 생활한 뒤 쫓겨나 학교를 옮겨야 했다. 미국 골프닷컴은 “리드가 동료의 물건을 훔치고 연습경기 중 스코어를 속여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드는 ‘음주 적발로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해명한다”고 전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그는 오거스타 스테이트대에서도 스코어 표기에 대한 팀 수칙 위반 등으로 퇴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2010, 2011년에 동료들과 함께 두 차례 내셔널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를 회복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리드는 2011년 대학 졸업 후 부모와 의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결혼식 때 가족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2014년 US오픈에서는 가족들이 대회장을 찾았으나 경찰을 불러 내쫓기도 했다. 그는 아내 저스틴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리드는 지나친 자신감과 돌출 행동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월드골프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나는 세계 톱5 안에 드는 선수다. 타이거 우즈 이후 이런 성과를 낸 선수는 없다”고 말해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스터스 우승 후 리드는 특유의 당당함을 되찾았다. “오랜만에 우승을 해 더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됐다. 주위의 비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고 골프만 제대로 하면 된다.” 세계 랭킹 24위였던 리드는 마스터스 우승으로 세계 11위로 뛰어올랐다.

리드가 우상으로 꼽는 타이거 우즈(43·미국)는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면서 공동 32위(1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 김시우(23)는 공동 24위(1언더파)에 올랐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pga#패트릭 리드#그린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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