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4년 만의 컴백’ 전남맨 하태균, “달라진 나, 자신도 궁금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7일 05시 30분


4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와 친정팀 수원이 아닌 전남 유니폼을 입은 하태균(왼쪽)은 “팀에선 난 신인일 뿐이다”면서도 “가슴 속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과거의 응어리를 털어내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4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와 친정팀 수원이 아닌 전남 유니폼을 입은 하태균(왼쪽)은 “팀에선 난 신인일 뿐이다”면서도 “가슴 속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과거의 응어리를 털어내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난 1일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 낯익은 이름이 전광판에 떠올랐다. 킥오프를 앞두고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입장한 하태균(31)이 손을 흔들며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조금은 낯선 풍경이었다. 더 이상 빅버드는 그의 안방이 아니었다. 4년만에 K리그로 컴백한 하태균은 원정 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옌볜 푸더~바우딩 롱다(이상 중국)를 거쳐 올 초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했다.

2015년 초, 임대 신분으로 갑(甲·2부) 리그 옌볜으로 떠난 하태균은 나름의 성공시대를 연 뒤 새로운 도전을 위해 K리그1(클래식)에 돌아왔다. 그를 광양의 전남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것은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개막 1라운드를 앞둔 시점이었다.

“내가 어떻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스스로도 궁금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첫 상대가 친정이었지만 부담보다 기대가 더욱 컸다. 그렇게 열린 무대에서 하태균은 절반의 합격점을 받았다. 후반 33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많은 얼굴이 바뀐 수원 수비라인을 휘저으며 사력을 다했다. 완델손.C와 박준태 등 공격 2선이 활발히 전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묵묵한 희생이 있었다.

전남도 활짝 웃었다. 짜릿한 2-1 승리로 적지에서 귀한 승점 3을 챙겼다. ‘확 달라진’ 전남의 중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하태균의 의지를 풀어본다.

전남 하태균(오른쪽).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전남 하태균(오른쪽).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4년 만에 K리그에 돌아왔다.

“3년 간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그 속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정말 큰 소득이다. 올 시즌은 내 자신도 정말 기대가 크다. 어떻게 스스로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싶다.”

-중국에서의 시간은 본인에 어떻게 다가오나.

“전환점이다. 처음 중국으로 향할 때는 완전히 바닥이었다. 트라우마가 찾아올 정도로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지금은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그 때의 기억을 잊지 않는다.”

-당시에도 ‘간절하다’고 했는데.

“정말 출전하고 싶었다. 경기장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그 때의 간절함이 해갈된 건 아니다. 아마 축구화를 신고 있는 동안 똑같을 거다. 한 경기가 끝나면 다음 경기를 고대하는 것은 모든 동료들이 마찬가지다.”

-중국에서의 경험이 이곳에선 어떻게 작용할까.

“팀 컬러도, 각각의 전략 전술은 다를지라도 축구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남에서는) 유상철 감독님이 원하는 색채가 뚜렷하다. 여기에 빨리 맞춰가야 한다. 단순히 나를 위해서 뛸 생각은 없다.”

전남 하태균.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전남 하태균.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전남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나.

“아니, 딱히 그런 부분은 없다. 다만 지난해 10월 중국 리그가 끝난 뒤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에 금세 결정했다. 선수는 자신을 원하는 곳에서 가장 잘 뛸 수 있다.”

-K리그 복귀를 결심한 배경은 있나.

“물론 해외에서 좀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난 외국인 선수다. 어느 리그든 공격수가 용병인 경우가 많다. K리그에서도 외국인 선수들과 자주 부딪히는 포지션이다. 내 실력을 다시 검증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남이 어떤 부분을 강조하나.

“기동력이다. 우린 많이 뛰어야 살아남는다. 프로 입단 초만 해도 활동폭이 좁지 않았는데 부상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중국에서는 체력을 아껴두다가 문전 앞에서 폭발하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 지금은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체력은 나쁘지 않다. 훈련하면서 계속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본인의 가치를 다시 인정받고 싶은지.

“솔직히 성격상 주목받는 걸 즐기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하지도 않다. 그런 것보단 마음껏 뛰며 과거의 응어리를 훌훌 털어내고 싶다. 다른 이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이 만족하는 경기를 최대한 많이 하고 싶다.”

-여유를 찾은 것 같은데.

“솔직히 그렇진 않다. 가슴 속 자신감만 생겼을 뿐이다. 전남의 훈련량이 대단하다. 처음에 왔을 땐 그저 따라다니기 바빴다. 아직 증명할 부분이 많다. 선의의 경쟁도 이겨야 한다.”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나이로 전남에서 서열 세 번째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어린 시절, 마냥 어렵기만 한 선배들이었다. 지금은 최대한 어울리려 한다. 먼저 다가서려 한다. 전남에서 난 신인일 뿐이다.”

-올 시즌 개인 목표가 있다면?

“마음 속에 담아둔 목표는 있지만 지금은 공개하지 않겠다. 다만 꾸준히 기회를 잡고 부상 없는 시즌이 먼저다. 골은 급하지 않다. 많이 터지면 좋겠지만 한계를 정해두지 않는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터지는 게 득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