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체인지업 숨긴 함덕주의 영리한 진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2월 2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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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함덕주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우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으로 흐르는 이 구종은 타이밍을 뺏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선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봉인하고 있다. 이는 다른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여야 체인지업의 위력도 배가된다는 현명한 판단에서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 함덕주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우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으로 흐르는 이 구종은 타이밍을 뺏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선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봉인하고 있다. 이는 다른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여야 체인지업의 위력도 배가된다는 현명한 판단에서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스물 둘 젊은 투수 함덕주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겼다. 파격적인 기용이었다. 함덕주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137.1이닝을 던져 9승8패 방어율 3.67에 이닝당 출루허용 1.40, 9이닝 평균 9.11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특히 안정감을 찾은 후반기 활약은 매우 빛났다. 선발투수 특히 좌완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희소성이 매우 높다. 새로운 선발 투수의 육성이 매우 어렵고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토종 선발진이 모두 30대에 접어든 두산 전력 구성에서 함덕주의 가치는 계산이 어렵다. 특히 첫 해 활약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함덕주는 27일 2차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 스타디움에서 “올해도 선발 투수 역할을 맡는다면 볼넷을 줄이고 꼭 10승 이상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에서 함덕주는 매우 영리한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함덕주는 좌타자에게 피안타율 0.209로 매우 강했다. 우타자에게도 0.262로 안정적이었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로 366타수에서 101개의 삼진을 잡았다. 구속은 시속 140㎞ 초반으로 매우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정교한 제구와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함덕주는 우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고 있다. 의존도를 낮춰야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이 더 강해지고 슬라이더 등 다른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두산 함덕주. 스포츠동아DB
두산 함덕주. 스포츠동아DB

함덕주는 “지난해 후반기 좋은 페이스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체인지업으로 우타자들과 좋은 승부를 했는데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는 문제점이 느껴졌다. 캠프에서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던지고 있다. 또한 체인지업이 좌타자들에게는 어떤지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선발 투수들이 특정 변화구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정체되고 결국 후퇴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특히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구종이 다양하지 못한 투수는 급격히 추락한다.

함덕주는 “첫 선발시즌인 지난해 많이 배웠고 즐겁게 공을 던졌다. (올해는) 더 잘하고 싶고 팀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구속이 평균 3~4㎞ 떨어졌지만 정교한 투구가 타자들에게 더 위력적일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함덕주의 체인지업은 이미 리그 최상급 변화구로 꼽힌다. 우타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기는 공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진화에 성공한다면 두산은 모든 팀들이 바라는 20대 초반 10승급 왼손 투수를 완성하게 된다.

미야자키(일본)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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