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삼성 박한이 “영구결번? 팬들이 만들어주신 큰 관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8일 05시 30분


삼성 박한이는 프로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친정팀 삼성을 떠난 적이 없다. 팬들이 구단을 향해 박한이의 영구결번을 요구하는 이유는 원클럽맨 이전에 그가 팀에 기여한 바가 그만큼 커서다. 그는 “팬들이 만들어주신 큰 관심이자 기대”라고 고마워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박한이는 프로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친정팀 삼성을 떠난 적이 없다. 팬들이 구단을 향해 박한이의 영구결번을 요구하는 이유는 원클럽맨 이전에 그가 팀에 기여한 바가 그만큼 커서다. 그는 “팬들이 만들어주신 큰 관심이자 기대”라고 고마워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박한이(39)는 KBO리그에 보기 드문 ‘순혈’ 원클럽맨이다. 2001년부터 프로무대에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오직 푸른 사자군단의 유니폼만을 입고 있다. 해외 진출, 군 문제로 인한 공백조차 단 한해도 없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역시 두 번이나 소속팀 삼성과 계약을 매듭지으며 잔류를 선택했다.

팀 전력에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냉정하게 내쳐지는 곳이 바로 프로의 세계다. 박한이는 그런 살얼음판 삶 속에서 무려 18년을 보내고 있다. 프로 생존 본능만으로도 그의 기량은 이미 검증되고도 남는다.

그런 그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어느덧 프로 인생의 황혼기를 맡고 있다. 그런데 그 마무리가 결코 쉽지 않다. 나이 어린 후배들과의 치열한 경쟁, 불혹에 가까운 자기 자신과의 싸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몇 번이나 고민했지만 결코 방망이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의 ‘영구결번’을 외치면서까지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팬들 때문이었다. 오키나와로 개인훈련을 떠나기 전, 그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새해도 밝았고, 시즌 일정도 나왔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늘 똑같은 패턴 아니겠나. 개인훈련에 열중하면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시즌 개막이 일주일 가까이 빠르더라. 내가 스스로 생각한 여러 단계를 고려해 훈련을 진행 중이다. 웨이트트레이닝, 재활 등 필요한 부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올 시즌 준비는 유독 남다를 것 같다.

“2017년이 나에게는 많이 배우고 깨닫는 시즌이었다. 사실 17년 동안 뛰면서 지난해 같은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 나 자신의 한계를 배운 계기였다. 좋은 기억은 다 지우고, 좋았던 기억만 되새겨 올 시즌을 준비하려 한다.”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일단 지명타자 출전이 유력해 보인다.

“지명타자라는 포지션이 매우 편해 보일 수 있다. 수비를 안 하고,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 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감독님이나 코치님 또 선수들이 기대하는 이상을 해줘야 한다. 어느 포지션에 가든 일단 부딪혀 봐야 한다. 난 늘 그렇게 직접 부딪히며 살아왔다.”

-팀은 리빌딩을 선언했다. 본인이 베테랑으로서 할 역할도 많을 것 같다.

“(권)오준이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과 함께 모이면 자주 하는 말이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한발 더 앞서서 행동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후배들도 그런 것들을 보고 따라 올 것이다. 체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되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팀의 재도약에 힘을 보태고 싶다.”

-올해로 무려 18년째 삼성에서 뛰게 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삼성에서 뛸 수 있는 이유는 역시 팬 분들 덕분이다. 사실 돈을 먼저 좇았다면, 다른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순간마다 항상 팬들의 성원이 눈에 밟혔다. ‘나를 이렇게나 좋아해주시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팬들 사이에서는 ‘영구결번’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나야 정말 좋지 않겠나(웃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팬 분들께서 만들어 주신 큰 관심이자 기대라고 생각한다. 삼성에는 영구결번이 많지 않다. 이만수 감독님, 양준혁 선배, 지난해 은퇴한 (이)승엽이 형까지. 나까지 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 아니겠나. 프로선수라면 이름 석자는 남기고 그만두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명예회복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크다.”

-올해 구체적으로 세운 목표가 있나.

“딱히 큰 목표는 없다. 단, 남아 있는 몇몇 개인기록들은 모두 채우고 싶다. 팀으로 보면 역시 5강이 목표다. 우리 팀 자체가 2년 동안 9위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팬 분들에게 ‘삼성은 이런 팀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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