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미야자키 리포트] ‘급조된 봉투와 관망’에 담긴 한용덕 리더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2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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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용덕 감독(왼쪽)이 11일 일본 미야자키 히무카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 연습경기에서 11-1로 승리한 뒤 지성준에게 상금 봉투를 건네고 있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화 한용덕 감독(왼쪽)이 11일 일본 미야자키 히무카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 연습경기에서 11-1로 승리한 뒤 지성준에게 상금 봉투를 건네고 있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화가 일본프로야구(NPB) 명문 요미우리와 연습경기에서 11-1의 대승을 거둔 11일 일본 미야자키 히무카구장. 경기 직후 한화 한용덕(52) 감독은 삼삼오오 모인 선수들에게 다가가 흰 봉투 세 개를 꺼낸 뒤 외야수 장진혁과 투수 김진영, 포수 지성준에게 각각 한 개씩 전달했다. 이날 경기의 자체 MVP를 선정해 상금을 준 것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왼쪽)이 10일 일본 미야자키 아야니시키바루구장 외야에서 현장 스태프와 함께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화 한용덕 감독(왼쪽)이 10일 일본 미야자키 아야니시키바루구장 외야에서 현장 스태프와 함께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급조된 봉투 세 장에 담긴 사연

알고 보니 이는 애초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갑자기 만든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보너스를 받은 선수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감독은 “경기 MVP 선정은 급조한 것이다”고 웃으며 “한 번쯤은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경기 도중 김남규 매니저에게 ‘내가 선수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고 물었고, 상의해 결정했다. 선수들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어 나도 놀랄 때가 많다”고 흐뭇해했다.

이는 단순한 ‘상금 전달식’이 아닌, 한 감독의 리더십을 보여준 한 단면이라는 점이 의미가 크다. 한화가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가 바로 소통이다. 이를 몸소 실천하는 이도 한 감독이다. 아직 기량을 꽃 피우지 못했거나 정체된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지금 몇 살이냐”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진 뒤 “아직 한창 젊은 나이다. 같이 잘해보자”고 아낌없이 조언한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하며 끊임없는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 세 장의 봉투도 젊은 선수들에게 ‘야구를 잘하면 무엇이든 따라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마음을 열 수 있는 환경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11일 일본 미야자키 히무카구장에서 요미우리와 연습경기에 앞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한화 한용덕 감독이 11일 일본 미야자키 히무카구장에서 요미우리와 연습경기에 앞서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 이유 있는 ‘관망’

그런데 막상 훈련을 시작하면 한 감독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코치진 뿐만 아니라 구단관계자에게도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며 3년간 떠나있던 한화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동시에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행보이기도 하다. 그는 “유능한 코치님들을 모셔온 이유”라고 밝혔다. “시대가 바뀌었다. 코치진이 역할을 잘하면 편안하다. 키워드가 소통인데, 코치진이 선수를 지도할 때 감독이 관여하게 되면 소통이 안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감독은 물밑에서 움직이며 판을 짜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캠프에서 투수 조장을 맡은 장민재는 “한화가 좋은 팀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감독, 코치님들과 선수들이 하나가 돼 뛰고 있다”고 밝혔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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