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두산 5-1로 꺾고 3승 1패
명품 체인지업 헛스윙 11번 유도… 5와 2/3이닝 6K 무실점 호투
KIA 11번째 우승 1승만 남겨
11번의 헛스윙 유도. 그것으로 승부의 흐름이 갈렸다.
한국시리즈(7전 4승제)에 처음 선발로 나선 프로야구 KIA 임기영(24)이 명품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선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처음 서 보는 큰 무대였지만 임기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사이드암 임기영의 공이 타자 앞에서 큰 폭으로 흔들리는 듯 과감하게 변했다. 특히 체인지업이 완벽했다. 임기영은 정규시즌에서 전체 투구 중 29.5%를 체인지업으로 던졌다. 직구(44.1%)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임기영이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나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사용할 것은 두산 타자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2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임기영이 최고 시속 141km 직구 사이사이에 던진 117∼126km의 체인지업에 두산 타자들은 리듬을 완전히 빼앗겼다. 이날 던진 총 81개의 투구 중 직구(29개)보다도 많이 던진 32개의 체인지업이 순간마다 빛났다.
포수 김민식의 공 배합도 체인지업의 위력을 더했다. 두산 타자들이 직구를 노릴 만한 타이밍에 역으로 체인지업을 연달아 던지도록 사인을 냈다. 3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는 1볼에서 연이은 체인지업으로 김재환을 범타로 유도했다. 4회말 오재일을 상대로는 체인지업 2개로 헛스윙을 유도해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뒤 높은 직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5회말 무사 1루에서도 김재호에게 118km, 117km 체인지업을 연이어 던져 삼진 처리했다. 두산 타선은 6회까지 11번이나 헛스윙을 했다. 맞힌 타구도 힘이 실리지 않아 제대로 뻗어가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괴력을 발휘했던 두산의 4번 김재환과 5번 오재일은 임기영의 투구에 말려 각각 무안타와 1안타에 머물렀고 삼진은 3개나 당했다. 임기영은 “민식이 형이 리드를 편안하게 해줘서 더 공격적으로 던졌다. 3회가 고비였는데 신중하게 던져 막아낼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KIA는 이날 임기영의 호투와 버나디나의 3안타 2타점 활약에 힘입어 두산을 5-1로 제압했다. 3승 1패로 앞선 KIA는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임기영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6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6개를 잡아내며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승리 투수가 된 임기영은 4차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KIA는 1회초 버나디나와 최형우의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뽑은 뒤 7회초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과 다시 버나디나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두산은 8회말 에반스의 안타로 한 점을 따라갔지만 추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9회초 KIA에 한 점을 더 내주며 안방에서 연패를 당했다. 5차전은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다. KIA는 헥터를,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은 니퍼트가 선발 투수로 나선다.
▼ “선발-구원-야수들 모두 잘해줘” ▼ ▽김기태 KIA 감독=선발 임기영이 잘 던져줬다. 구원투수들과 야수들도 잘해 줬다. 재밌는 경기를 했다. 6회에 주자 1루였으면 임기영을 더 끌고 갔겠지만 2루라 교체했다. 1점이 나중에 큰 점수가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내일 총력전 여부는 경기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
▼ “한 경기 지면 끝… 총력전 준비” ▼ ▽김태형 두산 감독=선발을 공략하지 못해서 경기를 내줬다. 한 경기 지면 끝이니 총력전을 잘 준비하겠다. 포수 양의지의 컨디션은 전혀 문제없다. 유격수 김재호도 배팅이 좋지 않지만 특별히 대안을 생각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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