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사라진 니퍼트 공포·엉켜버린 두산 우승플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8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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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더스틴 니퍼트. 스포츠동아DB
두산 더스틴 니퍼트. 스포츠동아DB
두산에서 더스틴 니퍼트(36)의 전략적 가치는 에이스 이상이다. 니퍼트가 있어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PS)에서 언제나 마운드 우위를 갖고 상대 팀과 편안한 승부를 펼쳤다. 니퍼트는 베테랑 선수도 극도의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가을야구 무대에서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지배해왔다.

●엉켜버린 우승공식

그러나 니퍼트의 가을야구 승리공식은 올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완전히 깨졌다. 두산은 17일 NC와 잠실 PO 1차전에서 니퍼트를 선발 등판시켰지만 불펜 승리조를 대부분 또 투입해야 했다. 마무리 김강률도 직접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지만 불펜 투구를 했다. 패배와 함께 시리즈 내내 안고 가야할 큰 손실이다.

지난 2년간 두산은 가을야구에서 니퍼트 승리공식을 지키며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니퍼트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우승 전략은 엉켜버렸다. 두산은 2015년 3위로 시즌을 마치고 준PO부터 PS를 시작해 PO, 한국시리즈(KS)까지 모두 상대방을 꺾으며 드라마틱한 우승을 완성했다. 니퍼트는 넥센과의 준PO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NC와 PO에서는 1차전 완봉승, 4차전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1차전을 패했지만 2차전에서 니퍼트가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5차전에서는 구원등판해 2.1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니느님’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에 어울리는 절대적인 존재감이었다. 니퍼트는 2016년 NC와 KS에서는 역시 1차전 선봉장으로 나서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차전을 니퍼트가 확실히 잡으며 두산은 4전 전승 우승했다.

●장기간 휴식에도 PO 1차전 실패

그러나 올 시즌은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니퍼트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니퍼트는 PO 1차전에서 5.1이닝 동안 100개의 공을 던져 8안타(1홈런) 6실점했다. 삼진을 9개나 잡아냈지만 경기 초반 대량 실점했다.

니퍼트는 9월 4경기에서 방어율 9.78로 크게 부진했다. 당시 팀 내부에서는 “평소 헛스윙이 됐을 공이 파울, 파울이 될 공이 안타를 맞는다”는 진단과 함께 “스피드 보다는 회전이 문제”라는 진단이 나왔다.

니퍼트는 10월 3일 시즌 최종등판을 마치고 보름 가까이 쉬고 나섰다. 구위는 회복됐지만 과거와 같은 압도적 모습은 없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니퍼트를 꼭 공략하겠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가 다가 아니다. 공의 회전이 과거와 다르다”고 말했고, 적중했다.

이제 두산 김태형 감독의 판단이 중요하다. 김 감독은 “니퍼트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지만 중반 제구가 되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니퍼트는 지난 2년간 PS에서 1차전을 이기고 상대팀에 ‘4~5차전까지 가면 니퍼트가 다시 나온다’는 공포감을 줬다. 그러나 이제 그 두려움은 사라졌다. 두산이 극복해야 할 새로운 숙제다. NC를 넘어 KIA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고 해도, 이 같은 숙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두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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