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비밀로…” 혈전 속에서도 빛난 김경문 감독의 배려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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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NC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섭섭해 할 수도 있잖아.”

프로야구 감독은 팔색조만큼이나 다양한 면모를 갖춰야 하는 직업이다. 치열한 승부의 현장에서는 냉혹한 승부사의 모습을, 또 때로는 덕장의 면모를 보여 관용의 리더쉽을 선보여야 한다.

저녁 바람이 쌀쌀한 가을, 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의 열기가 뜨겁다. 경남 지역 라이벌인 롯데와 NC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을 치르는 중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2004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숱하게 가을야구 문을 두드린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다. 탁월한 전략은 물론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 장악 능력을 보이며 창단 역사가 짧은 NC를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았다.

김 감독은 1승 1패가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언제나 냉혹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인다. 준PO 3차전에서 경기 초반 베테랑 내야수 박석민이 결정적인 수비 실책을 범하자 과감하게 질책성 교체를 감행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부드러운 모습으로 선수단을 감싸기도 한다. NC는 12일 준PO 4차전을 치를 예정이었는데, 이날 주전포수인 김태군은 경찰야구단 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과 창원을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당연히 선발출장은 어려웠다. 최대관심은 김태군을 대신해 누가 홈플레이트에 먼저 앉느냐 하는 것이었다.

NC 박광열-신진호(오른쪽).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박광열-신진호(오른쪽).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우천취소로 인해 당일 경기는 열리지 않았지만 하루가 지난 뒤에도 이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은 쏟아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말을 아꼈다. 그는 “비밀로 하겠다. 백업포수는 박광열과 신진호가 있는데, 누구 한명을 콕 집어 출전시켰을 거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한명이 섭섭해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어 “선수들 사기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다. 벤치에서 대기한다 해도 누구든 언제고 경기에 나갈 수 있다. 그 상황의 컨디션까지 고려해야 하는 게 감독이다”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마산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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