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자유롭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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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6연속 무득점 손흥민, 돌파보다는 정확한 슈팅 장점
동료 공격수 적극적 움직임으로 수비 분산시켜 슈팅공간 생겨

4일 우즈베키스탄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의 마지막 훈련.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25·토트넘)은 굳은 표정으로 축구화 끈을 단단히 묶은 뒤 잠시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결연하고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손흥민은 “스스로도 최종예선에서의 활약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선다면 팀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는 한국 축구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다. 그의 어깨 또한 무겁다. 그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한 시즌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21골)을 세웠던 손흥민이지만 대표팀에서는 골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3-2 한국 승)에서 1골을 넣은 이후 A매치 6경기 연속으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플레잉타임으로 치면 471분간 무득점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말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태용호’의 주 공격 루트는 손흥민이 배치된 왼쪽 측면이지만 그가 2, 3명이 달라붙는 상대 수비에 고전하면서 팀 공격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팀 전체 유효슈팅이 0개(슈팅 8개)에 그친 이란과의 9차전에서 손흥민의 패스 정확도도 54.5%에 그쳤고 슈팅도 1개에 불과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손흥민의) 득점이 나오지 않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팀 전체가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보다는 정확한 슈팅력이 장점인 선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토트넘에서의 손흥민은 해리 케인 등 동료 공격수에게 수비가 집중된 틈을 이용해 중앙으로 파고들며 골을 터뜨린다. 대표팀도 공격수들 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세밀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전방과 우측 측면에 위치한 공격수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야 손흥민이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얘기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토트넘에는 움직임 좋은 공격수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란 패스마스터가 있어 손흥민이 빛을 발한다. 한국도 손흥민을 활용하기 위해선 주변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료들도 노력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부터 한방을 썼던 황희찬(21)이 손흥민과 전술 움직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장난도 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황희찬과의 호흡에 따라 손흥민의 활약도 달라질 수 있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이후 9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던 그가 득점포를 재가동한 상대가 우즈베키스탄이다. 손흥민은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골을 넣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우즈베키스탄#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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