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승엽 은퇴투어’ 두 마리 토끼 잡은 한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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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너무 과하지도 또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환송식이었다.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전을 앞두고 ‘라이언킹’ 이승엽(삼성·41)의 은퇴투어 행사를 가졌다. 특정 구단이 소속선수가 아닌 타 구단 선수의 은퇴 기념행사를 열어주는 것은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화는 국내프로야구 36년 역사에 단 한번도 없었던 행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구단이 됐다. 아무런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순전히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로 ‘전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행사 당사자인 이승엽은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경기가 언제나 최우선이다.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행사가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화로서는 선을 지키면서 동시에 뜻 깊은 행사를 마련해야 했다.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한화는 정성껏 또 치밀하게 행사를 계획했다. 전광판 상영 영상부터 구단이 준비한 선물, 심지어 그 선물을 전달하는 인물까지 일찌감치 섭외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메이저리그 사례까지 꼼꼼히 찾아보며 은퇴 당사자인 이승엽과 한화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한화가 준비한 선물은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1루 베이스, 이승엽의 대전-청주구장 성적인 기록된 현판, 그리고 보문산 소나무 분재였다. 모두 저마다의 뜻 깊은 의미가 담긴 선물이었다. 1루 베이스는 그동안 이승엽이 수없이 밟아온 실제 대전구장의 1루 베이스였다. 주장 송광민을 비롯해 박정진, 김태균, 배영수, 정근우 등 베테랑 선수들이 손수 응원 메시지를 적어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베이스를 만들었다. 대전과 제 2구장인 청주구장의 기록을 새긴 현판도 인상적이었다. 자칫 팀에는 굴욕적일 수 있는 상대기록을 상세하게 적어 선물한 것이다. 소나무 분재는 단연 가장 압권이었다. ‘전설’의 마지막을 축하하기 위해 한화의 ‘전설’인 송진우가 직접 선물을 들고 등장했다. 이승엽은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대 선배를 맞이했다. 소나무 분재는 대전의 시목이자 대전구장 맞은편에 위치한 보문산의 상징이다. 한화는 “이승엽 선수가 대전구장에서 기록한 28개의 홈런 비거리를 모두 합치면 타 구단 선수 중 유일하게 보문산 정상을 ‘넘긴’ 선수가 된다. 대전구장에서 보문산 정상까지의 직선거리는 2600m나 된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준비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받은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한화가 준비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받은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정성스러운 행사에 이승엽도 크게 감동했다. 그는 “너무 영광이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짠해졌다.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선물을 놓고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 또한 여러 볼거리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여러모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한화의 이승엽 은퇴투어였다.

대전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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