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日 연수’ 진갑용 코치 “일본은 기본이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7월 10일 05시 30분


진갑용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3군에서 연수코치로 재직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진갑용이 6일 소프트뱅크 3군-두산 2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진갑용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3군에서 연수코치로 재직하며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진갑용이 6일 소프트뱅크 3군-두산 2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특유의 넉살 가득한 웃음과 붙임성은 그대로였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야구’라는 공용어를 대화창구로 활용해 타국 코치·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에서 이질감 대신 여유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3군에서 지도자 연수에 한창인 진갑용(43) 코치 이야기다.

2015년 8월, 19년간의 현역생활을 뒤로하고 은퇴한 진 코치는 이후 전력분석원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일본야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소프트뱅크 3군에서 1년간 연수코치 자격으로 선진 시스템을 경험하는 중이다. 반년 가까이 일본야구에 푹 빠져있던 진 코치는 최근 한국을 찾았다. 소프트뱅크 3군이 한국을 돌며 KBO리그 2군팀들(NC~두산~LG)과 연습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함께 소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타격전에 한창인 KBO리그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호탕하게 웃은 진 코치는 자신이 경험한 일본야구, 특히 2군 시스템의 선진화된 체계에 대해서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6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3군-두산 2군 연습경기 이후 선수단 미팅에 참여하고 있는 진갑용 코치. 이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6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3군-두산 2군 연습경기 이후 선수단 미팅에 참여하고 있는 진갑용 코치. 이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일본은 역시 기본이더라”

6일 진 코치를 만난 곳은 두산 2군과 연습경기를 앞둔 이천 베어스파크였다. 넉넉한 풍채와 함께 선수 진갑용을 상징하는 등번호 ‘020(삼성 시절 20번 사용)’을 보자마자 단번에 그가 진 코치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진 코치는 “날이 더운데도 이놈의 식욕은 그대로다. 뱃살이 들어갈 기미가 없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연수 소감을 묻자 진 코치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선수를 가르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하면서도 “그래도 두 나라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선수층이다. 한국은 1군에서 부상선수가 나오면 곧장 치명타가 되지만, 일본은 2군과 3군에 부상선수를 대체할 자원이 풍부하다”고 전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소프트뱅크 역시 1군과 2군의 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또 하나 차이점은 실력 위주의 선수기용이다. 진 코치는 “일본은 고액연봉은 물론 선수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더라. 10억원을 받건, 40억원을 받건 실력이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다. 대신 실력을 갖춘 3군 선수는 단번에 1군으로 올리는 경우도 많다. 아마 이러한 부분이 일본야구를 강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점은 선수들의 자세다. 일본의 경우 공 하나, 플레이 하나는 물론 베이스러닝과 같은 기본적인 동작에서도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 연습은 물론 경기 분위기 자체가 한국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진 코치는 이를 ‘애착’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이어 “코치들이 가르치는 장면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화려한 동작 대신 기초적이고 세밀한 부분에 시간을 대거 투자한다. 그리고 프로팀 훈련에서 찍은 장면을 인근 학교들에 배포해 유망주들이 이를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진 코치가 잠시 보여준 영상엔 단순하면서도 기본적인 수비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는 연습장면이 담겨있었다.

6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3군-두산 2군 연습경기에 앞서 만난 진갑용 코치가 일본 현지에서 찍은 팀 수비훈련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6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3군-두산 2군 연습경기에 앞서 만난 진갑용 코치가 일본 현지에서 찍은 팀 수비훈련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천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한국야구에 대한 그리움은 KBO리그 시청으로 달래

오랜만에 찾은 한국인만큼 만날 사람도 많은 눈치였다. 진 코치는 팀 선수단과 함께 7월 첫 주말 3연전이었던 잠실 KIA-LG전을 찾아 현장 야구인들과 안부를 나눈 데 이어 최근엔 삼성 시절 은사였던 선동열 전 감독과도 회포를 풀었다. 다만 삼성 경기는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남을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한국야구에 대한 관심도 변치 않은 모습이었다. 진 코치는 “요새 타격전으로 되돌아온 KBO리그 경기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확실히 일본야구와는 흐름이 다르더라. 일본은 지금 외국인타자들을 제외하면 거포들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 투수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수생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언어장벽과 문화차이엔 문제가 없을까. 이에 대해 진 코치는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여기 선수들과 코치들이 나에 대해 알아가면서 서먹함이 사라졌다. 나 역시 3군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면서 “3군에 있는 선수들은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질감을 뛰어넘은 끈끈한 관계는 인터뷰 도중 진 코치 옆을 지나가던 요시모토 류 3군 매니저의 장난기 어린 외침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진갑용 슈퍼스타? 슈퍼스타!”

소프트뱅크 3군에서 지도자 연수에 나선 진갑용 코치(왼쪽 3번째)가 동료 선수, 코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 진갑용 코치
소프트뱅크 3군에서 지도자 연수에 나선 진갑용 코치(왼쪽 3번째)가 동료 선수, 코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 진갑용 코치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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