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슈퍼루키 넥센 이정후 “목표는 딱 2가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2일 09시 30분


광주가 낳은 최고의 야구 선수 중 한명인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에게 광주는 역시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초등학교 시절 옛 무등구장에서 아버지를 따라온 소년 이정후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서울이 연고지인 넥센에서 뛰고 있지만 빛고을은 이정후에게 특별한 곳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광주가 낳은 최고의 야구 선수 중 한명인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에게 광주는 역시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초등학교 시절 옛 무등구장에서 아버지를 따라온 소년 이정후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서울이 연고지인 넥센에서 뛰고 있지만 빛고을은 이정후에게 특별한 곳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좀 전에 지나가다가 만났는데, 어릴 때부터 큰아빠, 큰아빠 그러더니, 인사도 하러 안 오냐고 혼냈죠.”

KIA 김기태 감독은 10일 광주 넥센전을 앞두고 이정후(19·넥센)가 화제에 오르자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정후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바람의 아들’ 이종범(MBC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이다. 현재 이정후의 빼어난 활약에 여기저기서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광주서림초-충장중-광주일고 출신으로, 이종범 위원의 초·중·고 직속 2년 선배. 사실 선배라기보다는 죽마고우, 형제 같은 사이다. 그만큼 절친하다. 그래서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도 어릴 때부터 김 감독을 자주 만났고, 호칭도 “큰아빠”라 불렀다.

그러나 승부 앞에서는 부모 자식도 없는 게 프로다. 이정후는 9일 광주 KIA전에서 5-5 동점인 9회초 결승 2타점 2루타로 넥센에 짜릿한 승리를, KIA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주인공. 이제 19세 고졸신인이 긴박한 승부처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극적인 한방을 때리는 담대함을 보였다.

넥센 이정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넥센 이정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광주에서 더 펄펄! “좋은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이정후는 11일까지 팀이 치른 61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313(214타수 67안타)을 기록했다. 시즌 개막 후 반짝이 아니라 줄곧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여기에 2루타 13개에 홈런 2방, 45득점, 21타점, 4도루를 곁들였다. 현 시점까지만 놓고 보면 사실상 신인왕 후보 중 독보적인 활약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고향이자 자신도 어린 시절 성장한 곳인 광주만 오면 더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11일까지 6경기에 출장하면서 타율 0.333(24타수 8안타)로,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높다. 특히 9일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2루타를 쳐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상대팀 수장인 김기태 감독은 물론, 광주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 이종범의 아들이 KIA를 패배로 몰아넣는 장면을 지켜본 광주 팬들도 기분이 묘했을 터이다.

이정후 역시 “고등학교(휘문고) 때부터 서울에 가 있었지만 광주는 중학교 시절까지 내가 자란 곳이고, 무등야구장에서 중학교 때까지 경기를 했던 곳이라 광주에 원정을 오면 기분이 묘하다. 광주 팬들 앞에서 안타를 칠 때마다 좀 신기한 게 사실이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어릴 때도 광주 분들이 이종범 아들이라면서 예뻐해 주셨는데, 요즘 광주에 원정을 오면 다들 알아봐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어제도 경기 후 식사하러 갈 때 잘 챙겨주시더라”며 고마워했다.

광주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데 대해 그는 “광주에 오면 좋은 기를 받는 것 같다. 집중력도 더 생기는 것 같다”면서도 “난 이제 넥센 선수다. 넥센 선수로서 우리 팀이 이기는 데 내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이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 이정후가 내세운 두 가지 목표

이정후는 3할대 타율도 타율이지만, 현재까지 전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O리그 출범 후 역대 고졸신인이 10대의 나이에 3할을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전 경기에 출장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이정후는 “룸메이트인 (고)종욱이 형은 ‘눈치 보지 말고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시고, 박동원 선배도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난 쑥스러움이 많아서 말을 잘 못하는데, 사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분들이 먼저 장비도 선물해주시고 ‘필요한 거 없냐’면서 먼저 챙겨 주신다.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첫 시즌 목표에 대해 “다른 건 모르겠고 딱 2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다치지 않는 것. 그는 “아직은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 특별히 보양식 등을 챙겨 먹지 않는다. 아직은 밥만 잘 먹어도 힘이 난다”며 웃더니 “감독님도 체력관리를 위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아빠도 야구에 대해서는 일절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다만 ‘체력관리 잘 하라. 쉴 때 잘 쉬어야한다’는 말씀만 하신다”고 설명했다. 둘째 목표는 “우승”이라고 했다. “초, 중, 고 모두 우승을 해봤는데, 프로에서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지 느껴보고 싶다. 팀의 우승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광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