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의 시대’ SK 힐만 감독의 특별한 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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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SK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팬 친화적 광폭행보가 개시되는 것인가.

힐만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사령탑 때부터 팬과 미디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감각적으로 캐치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짧은 일본어 실력이겠지만 2006년 일본시리즈 우승 당시에 힐만이 말했던 ‘신지라레나이(믿을 수 없다)’는 그 해의 일본 유행어였다. 2003년 니혼햄 감독이 된 뒤 힐만이 보여준 매혹적 미덕은 유연성이었다. 일본선수들에게 최적화된 ‘스몰볼’로 야구관을 전환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를 탐독하며 일본인의 성향을 탐색한 끝에 내린 변화다. 그 나라의 문화와 실정에 맞는 야구를 하는 힐만의 스타일은 SK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다.

타지친화적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적합한 라인업 구성, 편견 없는 엔트리 활용, SK 전력분석팀이 제공하는 수비 시프트의 적극적 도입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팀 SK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완료되자, 이제 힐만은 야구장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이 27일 LG전 직후 펼쳐질 ‘노래 부르기’ 이벤트다.

당초 SK는 ‘5월27일 LG전에서 만원관중이 들어차면 힐만 감독이 응원단상에 올라가 연안부두(SK를 상징하는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협의 과정에서 만원관중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힐만 감독님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 중에 (만원관중이 안 되면) 실망하실 분들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힐만 감독이 이벤트에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직 힐만 감독의 한국어 수준은 완전 초보에 가깝다. 그러나 인터뷰 중 가급적이면 한마디라도 한국말을 해보려고 한다. ‘연안부두’도 1~2토막씩 연습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머지 부분은 결국 팬들의 ‘떼창’으로 메워줘야 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2017년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도입 10주년이다. 2007년 ‘야구에 승부 이상의 즐거움을 주자’는 취지로 기획된 스포테인먼트는 큰 성과와 별개로 어려움도 겪었다. 팬 서비스와 리더의 권위 사이의 충돌 탓이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의 특별 이벤트를 통해 두 가지 가치가 마냥 대립하는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SK는 “경기결과에 관계없이 힐만 감독은 응원단상에 올라간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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