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넥센 야구는 상식으로 통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3일 05시 30분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2017년, 다시 ‘머니볼’을 펼친다. “그(폴 디포디스타)는 외부인들을 격리하기 위해 설치된 장애물을 스스로 뚫고 들어간 최초의 외부인이었다. 빌리 빈이 두 개의 대립 국가(‘실제 야구 참가’라는 봉건국과 ‘야구 잘하는 법 연구’라는 공화국)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인물이라고 한다면, 폴은 제일 먼저 그곳을 건넌 사람인 것이다. 그는 오른손에는 컴퓨터를 들고, 왼손에는 빌 제임스의 사상을 들고 있었다.” 어느덧 KBO리그도 ‘야구인이 파놓은 해자’에 의해 접근불가인줄 알았던 성벽을 넘어 냉철한 지성에 입각한 합리주의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그 선봉에 넥센 히어로즈가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넥센 장정석 감독은 “선수 덕분에”라는 말을 자주 한다. 넥센에서 ‘어느 선수를 어느 코치가 키웠다’는 자랑(?)은 금기시된다. 넥센 프런트는 짧지 않은 관찰기간을 통해 암묵적 결론에 도달했다. 야구인들의 선입견, 편견이 선수의 발전을 어떻게 정체, 왜곡시키는지를. 프런트 운영팀장 출신 장정석의 감독 선임, 2군 코칭스태프 핵심에 외국인 발탁, 트레이닝 파트 권한강화 등의 행보는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때, 통일성 있게 연결된다. 넥센 야구의 특징은 예측가능성에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넥센의 야구가 일개 감독의 파격, 승부수에 의존하는 야구에 비교우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수를 중심에 놓는 넥센 야구가 어떻게 고효율을 발산하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제 상당수 구단들도 넥센의 방식을 벤치마킹한다. 야구인의 기득권이 견고하기에 넥센처럼 철저히 실행 못할 뿐이다.

넥센 최원태-허정협(오른쪽). 스포츠동아DB
넥센 최원태-허정협(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어쩌면 넥센은 아주 평범한 의문을 검증할 뿐이다. ‘야구인의 경험과 직관도 틀릴 수 있지 않은가?’ 더 나아가 ‘야구는 야구인의 전유물인가?’ 넥센의 정반대편에서 2017시즌 한화의 고전은 필연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한화에서 선수 인터뷰를 보면 “감독님 덕분”이 빠지는 법이 없다. ‘김성근 감독님의 특타 덕분에, 투구폼 교정 덕분에, 말씀 덕분에…’ 등등, 그런데 왜 한화는 미래를 담보로 삼아가며 필사적으로 싸우는데 정작 실속마저 못 챙기는 것일까? 감독이 틀리는 순간, 팀은 그 어떤 안전장치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럼에도 김 감독은 끊임없이 ‘결핍’을 호소한다. 주변의 부족함을 탓하기 전에 자신 안에서 무언가 엇나가고 있음을, 근본적으로 본인이 ‘무오류의 야신(野神)’일 수 없음을 성찰할 여지는 없는 것일까. 이런 말을 해줄 사람 하나 곁에 없는 현실이 더 비극적이다. 왜 부끄러움은 한화 팬의 몫이어야 하는가.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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