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머리’ 박건우, 의지로 정상궤도를 찾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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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12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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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야수 박건우(27). 스포츠동아DB
두산 외야수 박건우(27). 스포츠동아DB
두산 외야수 박건우(27)를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곱상한 외모다. 어려서부터 땡볕 아래서 오래 뛰어야하는 야구선수임에도 연예인 못지않게 하얗고 고운 얼굴을 보유한 이가 바로 박건우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공수주에서 발군의 기량까지 선보여 이젠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의 ‘스타 박건우’를 만든 요소는 외모 혹은 반짝 활약에만 있지 않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KBO리그에서 가장 두껍기로 소문난 두산 외야진을 뚫어낼 수 있었다.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승선 역시 마찬가지. “인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 야구를 잘해야 진짜 선수”라는 박건우의 되뇌임엔 그간의 노력이 듬뿍 담겨있다.

더욱 활짝 날개를 펼치려 했던 두 번째 주전 시즌. 그런데 출발이 좋지 못했다. 한화와 개막 3연전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데 이어 그 뒤로도 마음에 쏙 드는 타구를 때려내는데 실패했다. 상위타선을 맡아야할 박건우의 타순 역시 늘 하위에 머물러야했다. 평소 마다하지 않던 취재진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박건우는 결국 9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현재 심경을 나타내는 듯한 ‘삭발머리’였다.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날도 덥고 기분도 한 번 전환하려했다”고 짧게 답했지만 최근 마음고생을 충분히 느낄 수 있던 장면이었다.

팀이 4연패 사슬을 끊어낸 11일 잠실 KIA전. 보이지 않는 수훈선수는 박건우였다. 박건우는 이날 7번타자로 나와 3회말 4-2에서 5-2를 만드는 1타점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타격감 회복에 성공했다. 기록도 기록이었지만, 경기 내내 타구가 중심에 맞아나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박건우의 타격감 회복은 두산으로선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박건우는 민병헌과 함께 팀의 1번타자를 나눠 맡아야할 돌격대장이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둘을 번갈아 1번자리에 놓고 재미를 봤다. 박건우가 완벽한 정상궤도를 찾는 순간, 두산은 민병헌의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타선의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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