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중계 美 NBC 입김 작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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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여자 아이스하키 관중 몰릴 한국경기, 왜 밤 9시?

“역사적인 남북 대결을 경기장에서 보고 싶지만 경기 시간 때문에 걱정이네요.”

직장인 박근호 씨(30)는 6일(목요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한국과 북한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경기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 오후 9시에 시작하는 경기는 오후 11시가 넘어 끝나기 때문에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그에게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이번 대회는 올림픽과 같은 시간에 경기가 열린다. 하루에 3경기 중 가장 늦은 시간에 배정된 경기는 시작 시간이 오후 9시다. 2일 정오에 열린 북한과 호주의 경기는 2000명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오후 9시에 열린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는 관중 수가 1128명으로 줄었다.

경기 시간 배정은 중계 방송사의 입김이 작용했다.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에서 아이스하키 인기가 많은 북미 지역 등의 시청자를 위해 한국 시간으로 밤 경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에 한국은 밤이지만 미국 동부 뉴욕 기준으로는 오전 8시다.

NB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장 많은 올림픽 중계권료를 내는 방송사로 그동안 경기 시간 배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NBC는 2014년에 2032년 올림픽까지의 중계권을 사들이면서 8조 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NBC는 여름 올림픽에도 자국 시청자들이 저녁 시간에 수영 등 주요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오후 9시 경기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학생 선수가 있는 여자 대표팀은 오래전부터 ‘방과 후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에 통상 오후 8∼10시에 훈련을 해왔다. 이 때문에 경기 시간이 늦어도 경기력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자 대표팀 23명 가운데 6명이 고교생이다.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경기 시간에 맞춰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훈련을 할 예정이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 nbc#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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