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열렬한 성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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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응원단 270여명 함성… “여자축구팀도 北서 응원받을 것”

경기에서 패한 직후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자신들을 목청껏 응원하던 관중석을 향해 고마움을 전할 때만은 밝은 표정이었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역전패의 아쉬움 속에서도 한국 응원단을 향해 일렬로 서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거나 스틱을 흔들어 보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 26위 북한은 2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 호주(세계 28위)와의 경기에서 1-2로 졌다. 호주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에서 세계 랭킹이 가장 낮다. 북한은 1피리어드 7분 52초에 김은향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1피리어드 16분 17초에 호주에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3피리어드에 결승골을 내주며 패했다. 북한은 슈팅 수에서 32-19로 크게 앞섰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 등이 주도해 만든 ‘남북공동응원단’ 270여 명이 북한 대표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해 북한 선수들은 마치 안방과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다. 전국에서 온 대학생, 실향민 등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다” “통일 조국”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아리랑’이나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선경 남북공동응원단 운영위원장은 “북한에서 온 선수들에게 동포애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뜨거운 응원이 스포츠를 넘어 남북한의 긴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복 남북공동응원단 단장은 “2월 중국에서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 위원장인 박명철 전 체육상과 만나 남북 체육 교류 시에 공동응원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자 축구대표팀도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측의 응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최초로 한국에서 펼친 경기다. 한국 빙판에 첫선을 보인 경기에서 패배한 북한 선수들은 풀이 죽은 얼굴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선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은 경기 후 함께 모여 북한산 담배를 피우며 경기 내용을 복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나도 어릴 적 골목 축구에서 많이 져 보기도 하면서 실력이 늘었다” “첫 경기에서 졌을 뿐이다. 남은 경기를 잘 치르면 된다” 등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3일 세계 19위 네덜란드와 2차전을 치른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강원 강릉하키센터#북한 여자 아이스 하키 대표팀#남북공동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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