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참사가… 한국, 월드컵 최종예선 적지서 중국에 패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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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최종예선 적지서 중국에 0-1 충격의 패배
전반 34분 헤딩골 허용… 맞대결서 사상 두번째 무릎
3만 관중 일방적 응원속 공격도 막혀… 조 2위는 유지

전광판에 태극기가 등장하면 “우∼우∼” 야유가 쏟아졌다. 붉은색 옷을 맞춰 입은 3만여 추미(球迷·축구팬)의 “중국 필승”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 응원단 200여 명의 목소리는 묻혔다.

분위기에 눌린 것일까. 한국 축구대표팀(피파랭킹 40위)이 23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중국(86위)에 0-1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전반 34분 중국에 결승골을 허용했다. 중국의 공격수 위다바오가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14분 기성용(스완지시티), 후반 30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중국은 리드하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중국 축구팬들은 창사를 복이 많은 땅이라는 뜻의 ‘궈쭈푸디(國足福地·국족복지)’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열린 역대 A매치에서 4승 4무를 기록하며 한 번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국 축구를 위한 땅에서 희생양이 됐다. 중국은 당초 쿤밍에서 한국과 상대하려 했지만 창사의 기운을 믿고 지난해 말 개최 장소를 옮겼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때문에 경기장 분위기는 초반부터 과열됐고 후반 44분에는 교체 투입된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중국 선수의 몸싸움이 있었지만 우려했던 큰 불상사는 없었다.

최종예선 3승 1무 2패가 된 한국의 승점은 10에서 변하지 않았고 중국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첫 승을 거뒀다. 승점 5점(1승 2무 3패)을 기록한 중국은 플레이오프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중국과의 역대 전적은 18승 12무 2패가 됐다. 한국이 이전까지 중국에 졌던 것은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0-3)가 유일했다.

예상대로 이정협(부산)을 원톱으로 내세운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좌우 날개에 남태희(레퀴야SC)와 지동원을 배치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에 포진했다. 주장 기성용과 고명진(알 라이안)이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임무를 맡았고 ‘중국파’ 장현수(광저우 R&F)와 홍정호(장쑤 쑤닝)는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한국은 승점을 쌓지 못했지만 이날 우즈베키스탄도 시리아에 0-1로 지면서 3승 3패(승점 9)로 역시 승점을 추가하지 못해 조 2위를 지켰다.

중국은 4차전까지 1무 3패를 기록한 뒤 ‘국내파’ 가오훙보 감독을 내보내고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카타르와의 5차전에서 비겼지만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은 리피 감독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처음 만난 한국에 잊지 못할 패배를 안겼다. 리피 감독은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를 모두 제패한 축구 사상 유일한 사령탑이다.

28일 시리아와의 7차전을 앞둔 대표팀은 곧바로 입국해 24일부터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한다. 시리아와의 경기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후 8시에 열린다. 중국전 전반 8분에 옐로카드를 받은 지동원은 경고 누적으로 시리아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 “초반에 상대 압박 대응 못해”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책임자로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뒤 “해법을 잘 찾아 남은 경기를 잘 치르겠다. 아직까지는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잘 준비해서 러시아에 꼭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강하게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초반 20분까지 볼 처리를 제대로 못했다. 우리 경기력이 최고조로 올라온 시점에 실점하면서 어렵게 됐다. 시간이 지나 쫓기는 상황이 되면서 라인을 올린 뒤 역습을 많이 허용했다”고 분석했다.
 
창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슈틸리케#한국 축구대표팀#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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