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맨 데이터솔루션 화면을 내보이고 있는 존 올슨 트랙맨베이스볼 제너럴매니저(왼쪽)와 잭 데이 매니저.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을 의미하는 ‘릴리스포인트’는 공의 위력에 영향을 주는 숨은 2%다. 구종과 속도가 같더라도 릴리스포인트가 어디냐에 따라 타자가 느끼는 공의 위력은 천지 차이다.
여기에 투수가 공을 홈 플레이트 쪽으로 얼마나 나와 던졌는지를 의미하는 ‘익스텐션’을 더하면 릴리스포인트를 3차원으로 그릴 수 있다. 타자가 느끼는 공의 체감 속도 또한 보다 구체적인 계산이 가능하다.
지난달 서울에서 만난 존 올슨 트랙맨베이스볼 제너럴매니저는 “타율이나 홈런 수가 리그의 수준을 반영한 데이터라면 트랙맨이 제공하는 타구 회전수, 체공 시간 등은 선수가 루키에 있건 트리플A에 있건 균등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미사일을 추적하는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하는 트랙맨은 초당 약 2만 개의 데이터를 수집해 보다 구체적인 투·타구 정보를 제공한다. 익스텐션과 타자의 체감 속도를 비롯해 타구의 최고 높이, 체공 시간 등은 트랙맨만이 측정할 수 있는 숫자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가 부각되면서 좀 더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는 트랙맨 또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메이저리그 2개 구단(세인트루이스, 보스턴)이 먼저 쓰기 시작한 트랙맨은 2015년 전체 30개 구단이 모두 도입할 정도로 그 효력을 인정받고 있다. 마이너리그, 대학 캠퍼스는 물론이고 남미 지역 야구장에도 트랙맨이 설치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전체 12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트랙맨을 활용했다.
2002∼2006년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뛰다 트랙맨에 합류한 잭 데이 매니저는 “객관화된 데이터를 토대로 선수의 부상 여부나 재활 회복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트랙맨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선수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각기 다른 훈련 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활발한 트레이드보다 선수 육성에 무게중심을 둔 프로야구에 보다 어울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트랙맨을 정식 도입한 국내 구단은 없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보니 국내 구단들이 선뜻 야구 통계학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구단과 단장, 감독 모두가 필요성을 공감해야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 들어 선수 출신의 단장이 대거 선임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트랙맨은 최근 수도권의 A구단을 비롯해 복수의 구단과 미팅을 진행했다.
“모든 야구팬이 트랙맨을 통해 야구를 이해하는 것”이 꿈이라는 트랙맨의 다음 목표는 새로운 야구의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올슨 매니저는 “오랜 기간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타율이라는 지표가 있지만 그 이상의 자료를 원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질 것이다. 좀 더 정확한 타자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 야구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오해를 버려야 한다”는 말로 야구 통계를 둘러싼 다양한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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