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 ‘끝판왕’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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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 도박징계 논란 오승환 합류 결정
한국팀 유일한 빅리거… 불펜진 천군만마
소속팀 STL 동의 남았지만 반대하지 않을듯
양현종 몸 이상 없어 선발요원 유희관 제외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경기에서 역투하는 오승환. 당시 그는 3경기에 나서 2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뽑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해 ‘끝판왕’ 면모를 과시했다. 동아일보DB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경기에서 역투하는 오승환. 당시 그는 3경기에 나서 2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뽑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해 ‘끝판왕’ 면모를 과시했다. 동아일보DB
 “오승환 9회 2사 만루 막아내며 한국 우승!”

 ‘우승 청부사’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70·사진)은 결국 올 3월에 이런 헤드라인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마지막 히든카드를 뒤집었다. 예상대로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나왔다. 김 감독은 1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WBC 코칭스태프 회의가 끝난 뒤 “꼭 필요한 선수”라며 오승환을 최종 엔트리에 합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 Go? Stop?

 오승환은 기량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 불펜 투수지만 해외 원정 도박 문제로 자질 시비에 시달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한 데 이어 그가 한국 무대로 복귀할 경우 정규리그 50%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징계를 내린 상태다. 김 감독이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오승환 선발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뽑자는 쪽에서는 오승환이 이미 형사처벌(벌금 1000만 원)을 받은 만큼 죗값을 모두 치렀다고 주장한다. 뽑지 말자는 쪽에서는 “오승환을 국가대표로 뽑는 건 도덕과 원칙을 무시하는 성적 우선주의”라고 맞섰다. 아직 논란이 모두 끝난 건 아니지만 김 감독의 결론은 일단 ‘고(go)’다.

○ 0→1

 오승환이 김인식호에 승선하면서 대표팀은 메이저리거 없이 WBC를 치를 위기(?)에서 벗어났다. 김 감독은 이날 “김현수(29·볼티모어)하고 전화 통화를 했는데 참가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추신수(35·텍사스)도 구단 반대로 사실상 대표팀 합류가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이대호(35·전 시애틀)는 WBC에 정상 출전할 계획이지만 대회 당시 신분이 메이저리거일지는 불투명하다.

 메이저리거는 존재만으로 대표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만 메이저리거 유무가 성적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메이저리거가 한 명도 없던 2013년 WBC 때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기는 했다. 하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2009년 대회 때도 메이저리거는 추신수(당시 클리블랜드) 한 명뿐이었다. 4강에 오른 2006년 첫 대회 때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는 7명이었다.

○ 3+1=100점?

 야구에서 단기전은 흔히 불펜 싸움으로 통한다. 불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임창용(41·KIA), 임정우(26·LG) 같은 마무리 투수가 이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도 김 감독이 오승환 카드를 접지 못한 이유다. 스타일이 서로 달라 다른 타이밍에 기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임창용은 사이드암 투수고 임정우는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다. 오승환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가 주요 레퍼토리다.

 또 WBC는 각국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투구 수 제한을 둔다. 아직 이번 대회 요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3년 기준에 따르면 30개 이상 공을 던진 투수나 이틀 연속 등판한 선수는 무조건 하루를 쉬어야 한다. 김 감독이 “불펜진 구성을 제대로 해야 WBC 맞춤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한 이유다.

○ 150〉128

 오승환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유희관(31·두산)은 프로 1군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표팀에 뽑힐 기회를 또 한 번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오승환과 유희관은 오른손과 왼손, 빠른 공(속구 평균시속 150km)과 느린 공(128km), 불펜과 선발 등으로 성격이 전혀 다른 투수다. 김 감독은 “(왼손 선발 자원인) 양현종(29·KIA)이 아무 이상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선발 대신 불펜을 뽑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고 오승환이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승환이 WBC에 나서려면 소속 팀 세인트루이스가 허락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별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오승환은 그 뒤에도 스프링캠프 초반 일정을 소화한 다음 대회 직전이 되어서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6일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 개인연습을 시작한 오승환은 출국 당시 “WBC 출전 여부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확실히 하는 것뿐”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wbc 대표팀#김인식#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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