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주전 꿰차도 담담… 팀에 매형 장원준 있어 든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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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 ‘두산 신데렐라’ 박건우

하필 선수층이 두꺼운 두산에 와 기회를 늦게 잡은 게 서운하지 않으냐고 묻자 박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최고의 팀에서 1번 타자 하면서 2년 연속 우승 하는 게 좋지 않나요? 좀 늦게 피어도 이게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하필 선수층이 두꺼운 두산에 와 기회를 늦게 잡은 게 서운하지 않으냐고 묻자 박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최고의 팀에서 1번 타자 하면서 2년 연속 우승 하는 게 좋지 않나요? 좀 늦게 피어도 이게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두산에서 외야 자리 하나를 얻기까지 박건우(29)에게 필요했던 시간, 7년.

 2009년 데뷔 첫해 고작 5경기 출전에 그쳤던 박건우는 이듬해엔 손목이 부러져 한 해를 날렸다. 입단 동기 정수빈은 같은 팀에서 훨훨 날았고 김상수(삼성), 안치홍(KIA), 오지환(LG)도 이미 각 팀의 주전이었다.

 “제 배포가 작았는지…. 모르겠어요. 왜 1군에만 오면 그렇게 못했는지. 제가 약간 소심한 성격이라 못하면 빨리 잊어야 하는데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니까 제 기량보다 더 못했던 것 같아요. 잘 치고 나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만 했어요.”

 1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건우는 담담하게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던 긴 시간을 견뎌낸 그는 풀타임 출전 첫해였던 지난 시즌 타율 0.335에 162안타 20홈런을 기록하며 두산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전 100경기-100안타 정도만 생각했어요. 사실 ‘한 해에 어떻게 100안타를 치지?’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런데 제가 그걸 이뤘잖아요. 생각해 보면 미국 가기 전에 룸메이트였던 (김)현수 형은 방에 오면 아침이고 저녁이고 메이저리그만 봤어요. 제가 안치홍, 김상수, 오지환을 보고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현수 형은 강정호, 류현진을 봤던 거죠. 저랑 생각하는 수준이 달랐어요. 그러니 메이저리그까지 가지 않았을까요. 현수 형에게 요즘도 많은 조언을 받아요.”

 그는 지난 시즌 활약에는 운도 많이 따랐다고 했다. “원래 야구가 잘 맞아도 잡히면 아웃이고 빗맞아도 빈 곳에 떨어지면 안타잖아요. 그게 다 운이지 않을까요. 전 빗맞아서 투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도 안타가 되면 기분이 좋은데 잘 맞아도 아웃되면 잠이 안 와요. 아직은 실력이라고는 못하겠고 더 보여드려야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시즌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사이클링히트)’ 역시 중견수 플라이가 될 수 있었던 공이 애매한 위치에 떨어지는 행운의 3루타로 완성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 첫 두 타석에서 박건우는 범타로 물러났다. 행운은 끝없이 준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이치 그대로였다.

 다음 시즌부터는 팀에 매형도 생겼다. 최근 그의 누나가 팀 선배 장원준(32)과 백년가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원정 갈 때는 누나가 야구장에 와서 제 차를 집에 가져가거든요. 그때 한 번 형이랑 눈이 마주쳤었어요. 원준이 형이야 워낙 성실한 선배니 걱정할 건 없고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관리해 주신다고 하던데 걱정되네요(웃음).”

 박건우는 10일 다음 시즌을 위한 새 모자와 유니폼을 받았다. 이제 진짜 다시 시작이다. 한 해 잘했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된다. 지난해에도 박건우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딱 4일 쉬고 운동을 시작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자 다짐했다. 비시즌 운동은 여전히 김현수와 함께한다. 김현수는 여전히 매번 그의 밥값을 계산해준다.

 다음은 그가 “현수 형 얘기 다 빼도 좋으니 꼭 써 달라”고 부탁한 말.

 “제가 2016년에 잘됐잖아요. 여기까지 오는 데 응원해주신 팬 분이 많아요. 경찰청 경기까지 보러 오셔서 밥까지 챙겨주신 분도 있어요. 이제는 제가 보답해야 할 차례예요. 제가 사진 찍는 걸 많이 싫어하지만 2017년에는 많이 찍어드리고 사인도 친절하게 많이 해드릴게요. 지켜봐 주세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두산 신데렐라#박건우#장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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