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툭하면 임의탈퇴…여자농구, 프로세계 맞습니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6일 05시 45분


홍아란. 사진제공|WKBL
홍아란. 사진제공|WKBL
홍아란 등 줄줄이 짐싸…직업의식·제도적 대책 필요

여자프로농구에선 매년 임의탈퇴선수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기량 저하 또는 부상 때문에 팀을 떠나는 선수들도 있지만, 지치고 힘들어서 농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었다.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가 한창인 4일 임의탈퇴로 공시된 홍아란(25·KB스타즈)과 시즌 개막 직전 팀을 이탈한 이승아(25·우리은행)가 ‘지쳐서’ 농구공을 내려놓은 대표적 선수들이다. 유망주로 평가받던 구슬(23), 전보물(24·이상 KDB생명), 이령(24·KEB하나은행) 등도 유사한 사례다.

선수들이 농구를 그만두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기량 외에도 부상 재활에 대한 스트레스, 지나치게 고된 훈련, 숙소생활에 따른 답답함, 일반인의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 등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떠나는 선수들이 모두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환경을 이겨내고 있는 선수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잠시 팀을 떠났다가 복귀한 선수도 있다. 배혜윤(28·삼성생명), 홍보람(29), 최은실(23·이상 우리은행) 등도 임의탈퇴 경력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농구를 떠났던 시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다시 농구공을 찾게 됐다”고 말한다.

구조적 문제도 있다. A팀 감독은 “선수층이 얇아 농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리그를 떠났다가 돌아온다고 하면 쉽게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구단들이 임의탈퇴 후 복귀한 선수에게 후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문제다. 한 차례 임의탈퇴로 공시됐다가 복귀한 모 선수는 곧바로 연봉 7000만원에 사인했다. 다른 종목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B팀 코치는 “최근 여자프로농구는 연봉 외에도 선수들의 처우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렇다보니 (선수들이) 어려움을 모른다. 농구를 안 해도 막연하게 ‘잘 되겠지’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자프로농구의 선수 최저연봉은 3000만원이다. 식스맨급으로만 성장해도 연봉 6000만∼7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물품 또한 남자프로농구에 비해 손색이 없다. 단체복은 남자팀보다 더 질이 좋다. 후한 대우를 받으면 그만큼 프로선수로서의 책임이 뒤따르지만, 아직은 이런 직업윤리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탓도 크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홍아란 케이스에 대해 자세한 조사와 함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계속된 선수들의 이탈로 리그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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