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001년 해리거 교훈과 차우찬 영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5시 30분


LG 차우찬-전 LG 해리거(오른쪽). 사진제공|LG 트윈스
LG 차우찬-전 LG 해리거(오른쪽). 사진제공|LG 트윈스
“해리거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마운드의 변수를 줄이는 것이다.”

LG 송구홍 단장은 FA(프리에이전트) 투수 차우찬과 4년간 95억원(인센티브 제외한 보장금액)에 계약한 것을 두고 해리거 얘기부터 꺼냈다.

데니 해리거. 2000년 LG에 입단하자마자 17승10패, 방어율 3.31을 기록한 추억의 외국인투수다. 그해 현대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 트리오가 나란히 18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를 때, 해리거는 1승 차이로 다승왕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단숨에 LG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해리거가 17승을 거두니까 다들 확실한 에이스가 나타났다면서 마운드는 걱정 없다고 봤다. 그래서 2001년 타선이 갖춰지면 우승권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했다. 2000년 양준혁을 트레이드로 데려오고, 그해 말에는 FA 홍현우까지 영입하면서 LG 타선은 완벽한 진용을 구축했다고 평가받았다.”

2000년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을 보낸 송 단장은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유지현~김재현~이병규~양준혁~로마이어~홍현우~서용빈~조인성~이종열로 이어진 타선을 두고 좌우 지그재그에, 소총과 대포, 기동력과 클러치능력까지 다 갖췄다고 봤다”면서 “그런데 2001년 해리거가 예상 못한 부진에 빠졌고, 마운드가 계산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돌이켰다.

해리거는 2001년 8승11패, 방어율 4.62를 기록한 뒤 퇴출됐다. 선발 축이 무너지자 마운드 전체가 흔들렸고, LG는 그해 시즌 초반부터 성적 부진에 빠지면서 이광은 감독이 중도 퇴진하는 어수선한 상황을 맞이했다.

송 단장은 “올해 시즌 중에 들어온 데이비드 허프가 잘 던지면서 내년 에이스로 잘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해리거처럼 부진에 빠질 수도 있다. 올해 임정우와 김지용이 불펜에서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지만 역시 내년에도 잘 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야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계산대로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는 내년 시즌 허프~헨리 소사~차우찬~류제국으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 축에 임찬규와 이준형, 군복무를 마친 신정락 등이 5선발 경쟁을 하게 된다. 송 단장은 “차우찬을 영입한 것은 결국 우리 LG 마운드의 카드를 다양하게 만들고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축부터 만들어야 팀이 지속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 해리거만 믿었다가 낭패를 본 2001년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한두 명이 빠져도 조급하지 않고 계산이 서는 선발 마운드를 구축하기 위해 차우찬이 필요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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