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FA… 선발투수 씨말라 몸값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차우찬 100억, 우규민 65억이 거품?
정규시즌 치르려면 선발 4명 필요… 외국인 선수 2명에 토종 2명 있어야
두산 제외한 팀들 선발투수 부족… 공급 모자라는데 수요는 하늘 찔러

 올해 12승(6패)을 올렸으니 좋은 투수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100억 원을 받을 만한 투수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몸값이 치솟고 있는 자유계약선수(FA) 왼손 투수 차우찬(29) 얘기다.

 원소속 팀 삼성은 최근 차우찬에게 4년간 100억 원 이상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 때문에 차우찬에게 관심이 많은 LG가 그를 잡으려면 삼성보다 많은 돈을 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올해 그의 평균자책점은 4.73이나 된다. 이 부문 14위다. 다승에서는 공동 9위이고, 투구 이닝에서는 15위(152와 3분의 1이닝)다. 그런 차우찬이 한국 프로야구 투수로는 처음으로 100억 원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삼성이 올해 고작 6승(11패)을 올린 우규민(전 LG)을 4년간 65억 원을 주기로 하고 데려간 것을 감안하면 100억 원이 불가능한 금액은 아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힘들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구조를 살펴보면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만도 없다. 차우찬과 우규민이 에이스급은 아니지만 저변이 취약한 국내 프로야구에서 그만한 선발 투수를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팀당 144경기로 늘어난 정규시즌을 무리 없이 치르려면 4명의 선발 투수가 로테이션을 지켜 줘야 한다. 그런데 각 팀의 1, 2선발 투수는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확실한 토종 선발 투수는 두 명만 있으면 된다.

 두산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올해 ‘판타스틱4’를 앞세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니퍼트와 보우덴이라는 외국인 원투 펀치에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 2명이 제자리를 지키면서 올해 두산은 10개 팀 중 거의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했다. 2년 전 이맘때 ‘선발 투수’ 장원준을 4년간 84억 원을 주기로 하고 데려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선발 투수들이 안정되면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선발 투수들이 5, 6이닝을 버텨 주면 초반에 실점하더라도 야수들이 따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장원준을 데려올 때 거품이란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장원준이 선발 한 자리를 확실히 책임져 주면서 팀이 크게 안정됐다”라고 말했다.

 차우찬 대신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는 2명만 기용할 수 있다. 또 외국인 투수들은 부진하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

 신인 투수를 육성하는 것 또한 쉬운 게 아니다. 해마다 팀별로 10명 가까운 신인 투수가 입단하지만 한국 타자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입단 첫해부터 자리를 잡는 투수는 거의 없다. 예전엔 1차 지명 투수를 곧바로 실전 전력으로 분류했지만 요즘엔 3, 4년간 2군에 머물고, 군대까지 다녀오고 나서야 1군 마운드를 밟을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나마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2007년 김광현(SK) 이후엔 ‘초고교급 투수’의 명맥도 사실상 끊겼다.

 게다가 앞으로 2년간은 FA 시장에 나올 선발 투수도 거의 없다. 2년 후 FA 자격을 다시 얻는 장원준이 ‘FA 최대어’가 될 판이다. 따라서 올해가 마지막으로 괜찮은 선발 투수를 잡을 수 있는 기회다.

 공급은 모자라는데 수요는 하늘을 찌른다. 그러니 몸값이 뛸 수밖에 없다. 차우찬과 우규민은 때를 잘 만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차우찬#우규민#두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