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극도의 외인 의존도, 토종 슈터는 외로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7일 05시 45분


남자프로농구에선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토종 슈터들의 공격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오리온 문태종은 “슈터들이 볼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도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KBL
남자프로농구에선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토종 슈터들의 공격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오리온 문태종은 “슈터들이 볼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도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KBL
일부 슈터들은 아예 수비수로 전락
문태종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남자프로농구에선 지난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2명의 동시출전(2·3쿼터)을 허용하면서 각 팀의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 덕에 평균 득점은 전체적으로 상승했지만, 국내선수들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 득점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선수는 KGC 이정현(평균 17.13점), SK 김선형(평균 15.00점), KGC 오세근(평균 14.60점) 등 3명뿐이다.

그나마 이정현과 김선형은 팀에서 주도적으로 볼을 잡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이지만,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해 찬스를 노리는 슈터들은 경기를 뛰는 재미를 잃어가고 있다.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A팀의 한 슈터는 “외국인선수 대부분이 볼을 잡고 해결하는 경향이 많다. 작년까지는 한 쿼터에 3∼4개 정도는 쐈는데, 올 시즌에는 한 쿼터에 슛 한 번 던지지 못한 적도 있다. 다른 팀 슈터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수비나 리바운드 쪽에 더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잘하는 것을 할 때 슈터의 강점이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B구단 슈터는 아예 슛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는 “A의 말에 공감한다. 볼이 워낙 안 오니까 한 번 볼이 오면 제대로 된 밸런스도, 타이밍도 아닌데 급하게 슛을 쏘게 된다. 그러다 몇 개 안 들어가면 ‘왜 이렇게 슛이 안 들어가느냐’라는 말을 듣는다. 이제는 아예 슛에 대한 마음을 비웠다. 그냥 ‘나는 수비수다’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B구단 포인트가드는 “팀 공격의 다양화를 위해선 슈터들에게 꾸준히 패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에서 일단 인사이드로 볼을 넣으라고 지시하니까 어쩔 수 없다. 슈터들이 터져야 위력이 배가될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전성기에 유럽무대에서 정상급 슈터로 이름을 날린 문태종(41·오리온)은 “국내프로농구가 유럽에 비해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슈터들이 볼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다. 올 시즌부터는 벤치에서 몸을 풀지도 못해 감각을 찾기가 더 어렵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슈터의 운명이다.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며 슈터의 비애를 털어놓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