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 김정은 아직 못만나… 평양 어디든 자유롭게 다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北 축구대표팀 아네르센 감독

예른 아네르센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이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필리핀을 3-1로 꺾은 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북한은 3월 필리핀에 져 2018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한 후 아네르센 감독으로 교체했다. 아네르센 감독은 부임 후 6승 1무 1패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예른 아네르센 감독 제공
예른 아네르센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이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필리핀을 3-1로 꺾은 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북한은 3월 필리핀에 져 2018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한 후 아네르센 감독으로 교체했다. 아네르센 감독은 부임 후 6승 1무 1패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예른 아네르센 감독 제공
 “평양에서 원하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까지 이곳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예른 아네르센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3)은 북한 생활이 꽤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는 평양 고려호텔 30층 스위트룸에서 아내와 함께 지낸다. 통역과 운전기사도 있다. 올 5월 선임 당시 인터뷰를 요청하자 “6개월 후 결과를 갖고 하자”고 했던 아네르센 감독은 약속대로 최근 동아일보와 두 차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한국 언론과는 처음이다.

 아네르센 감독은 북한대표팀이 3월 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탈락한 후 선임됐다. 1991년 헝가리 출신 팔 체르나이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북한 국가대표 감독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 선수들이 기술은 좋았지만 체력이 약했고 몸 상태가 형편없었습니다. 선수들이 최선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경기 환경을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했죠. 6개월 넘게 같이 훈련하면서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아네르센 감독은 이번 동아시아컵 2차 예선에서 전승 무실점으로 본선행을 이끌어내는 등 취임 이후 각종 국제 경기에서 6승 1무 1패로 좋은 성적을 냈다.

 아네르센 감독은 “(평양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노르웨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한다”고도 했다. 북한은 아네르센 감독 선임 이후 해외 방문 훈련도 지원하고 훈련 시설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아네르센 감독은 “1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보다 훨씬 적다”고 밝혔다.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으로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감독 생활을 했던 그가 북한 국가대표팀을 택하자 노르웨이 언론과 동료 감독들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아네르센 감독은 “마침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을 때였고 아시아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에 끌렸다”며 “북한도 독일 감독을 찾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콕 집어 독일 축구 감독을 찾은 건 축구 광팬으로 알려져 있는 북한 김정은의 유럽 유학 시절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네르센 감독은 “김정은이 축구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를 직접 만나거나 그로부터 별도의 메시지가 내려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아네르센 감독은 올해 말 북한대표팀과의 8개월 계약이 끝난다. 그는 “아시아에서 오래 머무는 게 처음이라 계약 기간을 짧게 했다. 북한 팀의 발전 속도가 빨라 앞으로 큰일을 낼 것”이라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연임 의사를 밝혔다. 8월 북한축구협회 최남혁 미디어담당관이 “아네르센 감독이 2022년까지 지휘봉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할 때만 해도 그는 “올해 이후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그는 최근 노르웨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대표팀이 성공하려면 선수들을 해외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북한 당국이 선수들을 외화벌이 대상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답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그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정치적 질문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평양#북한 축구 감독#아네르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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