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만나고 와서 가족이 회의할 때, 아마 박태환 선수도 그렇고 가족도 많이 울었다.”
박태환과 김 전 차관이 올해 5월 25일 만난 자리에 동석해 대화 내용을 녹취한 박태환의 매형 A 씨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과연 어떤 대화가 오갔던 걸까.
A 씨는 먼저 김 전 차관과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해 “박태환을 리우올림픽에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보도가 나와 체육회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만나서 저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알려드리고 다시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싶다’고 물었다”면서 이 전화가 김 전 차관과의 만남으로 연결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녹취록 내용처럼 박태환 측에 “올림픽에 나가지 않으면 기업의 스폰서를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 “(모교인) 단국대 교수를 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김 전 차관이 협박조로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받는 사람이 어떻게 받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어떤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말을 시작하고 47분 녹음된 것 중 박태환 선수가 한 말은 이 한마디였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며 당시 박태환 선수가 느낀 두려움과 좌절감을 전했다.
A 씨는 “그 분(김 전 차관)의 성격과 일하는 스타일을 다른 기자들에게 많이 들었다. 들은 바로는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해서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문체부에서 김 전 차관이 다 일을 관할하고 있어서 그 분이 실세라더라”고 설명했다. 즉,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 결정을 체육회가 아닌 김 전 차관이 하는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는 것.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올림픽 출전 포기 종용’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올림픽과 상관없이 인간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인간적이었다면 ‘네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다면…’ 이런 조건을 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씨는 ‘김 전 차관이 왜 그렇게까지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 했을까’라는 질문에 “사실 저희도 그 부분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2014년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청와대 환영 오찬 당시 박태환 선수가 지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A 씨는 이를 언급하며 “그 내용도 5월 25일 만난 자리에서 오고 갔다”며 “다른 이야기도 했었는데, 그 일들 때문에 올림픽 출전을 막았다는 생각은 사실 저희 가족은 하고 있지 않고, 하고 싶지 않다”며 “설마 그것 때문에 정부 일을 하시는 관계자가 사적인 그런 감정을, 그렇게 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이 다른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 포기를 강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 전 차관이)그 이야기도 5월 25일 미팅 때 말했다”면서 “(말하기)굉장히 조심할 부분”이라고 했다.
A 씨는 “(김 전 차관이 밀어주려는)선수가 박태환 후배다. 어른들의 어떤 일들에 의해 그 후배 선수 이름이 거론되고 후배 선수가 다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해서 저희 가족에게 특별히 당부했었다. 그렇게 언론에 보도하고 싶지는 않다”며 말을 아꼈다.
김 전 차관과의 만남에서 다른 선수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박태환 선수가 후배 선수를 위해 이러한 내용의 공개를 막았다는 것.
A 씨는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이 ‘가족회의에서 올림픽 출전 포기 결론을 내리고, 합의문을 가져와 체육회와의 공식미팅에서 읽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말라’는 계획까지 짜줬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김 전 차관의 말에 따르지 않고 결국 올림픽 출전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가족이 회의할 때 박태환 선수도 그렇고 가족도 많이 울었다”면서 “결론은 바로 내렸다. 어떤 게 옳은 일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기소)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김 전 차관이 박태환에게 올림픽을 포기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24일 A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 전 차관은 현재 최 씨의 조카인 승마선수 출신 장시호 씨(37)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이 16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21일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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