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 9-3으로 클리블랜드 완파…월드시리즈 승부 7차전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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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짜릿한 월드시리즈가 있었을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름은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다)이라고 불릴 만 하다.

108년 된 저주를 끊어내려는 시카고 컵스가 2일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68년 된 저주에서 벗어나려는 클리블랜드를 9-3으로 완파했다. 시리즈 전적에서 1승3패까지 몰렸던 컵스는 이날 승리로 승부를 7차전까지 몰고 갔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1승3패로 몰린 팀이 역전 우승에 성공한 건 31년 전 캔자스시티가 마지막이다. 안방 경기가 아닌 원정 경기에서 3연승을 거두고 역전 우승에 성공한 건 1979년 피츠버그 이후 37년 만이다.

승리의 1등 공신은 월드시리즈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 기록을 세운 애디슨 러셀(22)이다. 1회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린 러셀은 3-0으로 앞선 3회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며 컵스에 일찌감치 승기를 안겼다. 러셀은 2011년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2009년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1960년 바비 리차드슨(뉴욕 양키스)에 이어 네 번째이자 역대 최연소로 월드시리즈 한 경기에서 6타점을 기록하는 타자가 됐다. 경기 후 러셀은 "우리는 올 시즌 내내 새 역사를 써왔다.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라며 "내일도 새 기록을 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회 1점 홈런으로 컵스에 선취점을 안긴 크리스 브라이언트(24)는 "보고 있으면 그저 놀랍다. 22세인데 벌써 골든글러브를 탔고 월드시리즈에서 만루홈런까지 쳤다. 정말 특별한 선수다"며 러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러셀이 이끌어낸 7차전의 가치를 보여주는 건 치솟은 입장권 가격이다. 컵스의 6차전 승리가 확정되자 7차전 입장권의 평균가격은 1900달러(약 218만 원)로 뛰었다. 6차전 입장권의 평균가격보다 900달러(약 436만 원)가 올랐다. 컵스의 안방구장 리글리 필드에서의 열렸던 5차전의 입장권 평균가격보다도 450달러(약 51만 원)가 많다. 컵스의 베테랑 포수 데이비드 로스(39)는 "내 입장권도 팔 수 있나? 난 내일부터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한다"며 웃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는 그에게 7차전은 야구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마지막 경기다. 컵스 동료들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그에게 꼭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물하겠다고 말해왔다.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양 팀 감독은 모두 총력전을 선언했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모두가 꿈꾸는 월드시리즈 7차전이고 우리에게는 에이스가 남아있다. 무척 설렌다. 불펜 투수도 모두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7-2로 앞선 7회부터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28)을 마운드에 올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은 조 매든 컵스 감독 역시 "우리나 클리블랜드나 모두 저주가 길지만 물론 우리가 깨고 싶다"고 말했다.

컵스는 7차전 선발 투수로 카일 핸드릭스(27)를 마운드에 올리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클리블랜드 선발 투수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2차례 등판해 12이닝 동안 삼진만 15개를 잡아내며 컵스 타선을 꽁꽁 묶은 코리 클루버(30)다.

7차전 승부가 끝난 뒤 시카고와 클리블랜드 중 한 곳에서는 광란의 파티가 열릴 것이다. 반면 더 길어진 저주가 짓누를 도시에서는 깊은 적막만이 흐를 것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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