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 특정선수 배제… 팀 운영 원칙 위반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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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박사논문서 월드컵실패 반성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7·사진)이 박사 논문을 통해 자신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되짚었다. 중국 슈퍼리그 항저우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 감독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최근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 감독은 논문에서 “시간 부족이 통찰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월드컵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다잡지 못한 것이 시련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적었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던 2013년 6월 24일 최강희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일명 ‘의리 축구’로 불렸던 대표팀 선수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되돌아봤다. 홍 감독은 “당시 나는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팀을 새롭게 정비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과거에 나와 호흡을 맞췄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고참급 선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나는 특정 선수를 배제하거나 한 선수에게만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 팀 운영과 관련한 원칙을 스스로 위반하는 오류를 범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판단하지 못한 건 지금도 후회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를 뽑기는 어렵다”고 한 자신의 발언과 달리 당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왓퍼드에서 출전 기회를 못 잡던 박주영(서울)을 대표팀에 발탁해 논란이 됐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치와 신념을 심어주지 못한 것도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홍 감독은 “올림픽에서는 군 면제라는 달콤한 보상의 가능성이 높아 내가 선수들에게 강조한 ‘생즉사 사즉생’의 필승 전략이 힘을 발휘했지만 월드컵에서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면서 절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 선수들에게 절체절명의 가치와 신념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켰어야만 했다”고 되돌아봤다.

 홍 감독은 20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09년부터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거쳐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자신의 국가대표 감독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효율적인 팀 운영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논문을 썼다”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홍명보#박사논문#월드컵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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