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복귀 때도 친정팀 위해 말 아낀 이승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30일 05시 45분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주변인들이 말하는 이승엽의 배려심

삼성 라이온즈 김인 전 사장은 지난 1월 대표이사 이·취임식에서 큰 울림이 남는 말을 남겼다. 김 전 사장은 “여러분 모두 꼭 ‘전설의 아바타’가 되어 달라. 영원히 기억될 전설과 같이 식사를 하고, 함께 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큰 행운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전설은 지금도 자전거 페달을 쉼 없이 돌리고 있다. 앞바퀴는 실력, 뒷바퀴는 자기관리다. 행여나 넘어질까, 멈춰 설까, 잠시도 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퇴임사에서는 직접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행사장을 떠날 때 ‘그 전설이 누구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빙그레 웃으며 “당연히 이승엽 선수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선수였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단한 뒤 슈퍼스타로 성장했고,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서도 일본 최고 명문구단 요미우리의 4번타자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변했다’, ‘건방지다’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아버지 이춘광 씨는 이승엽이 어렸을 때부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며 엄히 가르쳤다. 철저한 가정교육, 바른 인성은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는 자기관리와 친절함으로 이어졌다.

이승엽은 2011시즌을 끝으로 일본 오릭스에서 퇴단했을 때,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말이 보도된 후에야 “삼성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바람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거취가 친정팀에 부담이 될까 먼저 배려한 것이었다. 류 감독은 “사실 2012년 국내 복귀 후에 이승엽이 매우 부진했다. ‘주전에서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감독으로 무척 힘든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미 부와 명예를 이룬 후에도 더 겸손하고 헌신하는 모습에 꼭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 이제 스스로 내년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이승엽다운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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