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박세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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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2016 리우올림픽]박인비 우승에 ‘맨발 투혼’ 이후 18년만에 눈물 펑펑

박세리 한국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가운데)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를 껴안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박 감독 뒤는 한국 대표팀 양희영(오른쪽)과 김세영.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세리 한국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가운데)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를 껴안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박 감독 뒤는 한국 대표팀 양희영(오른쪽)과 김세영.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골프 여제’ 박인비가 금메달을 확정 짓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순간 박세리 여자 골프 대표팀 감독(39)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박인비가 18번홀 그린 밖으로 걸어 나오자 전인지, 김세영, 양희영을 끌어안고 또 눈물을 흘렸다.

항상 단단해 보이기만 하던 박세리의 눈물이라니. 박 감독은 경기 뒤 “너무 많은 부담을 갖고 대회를 치렀다.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잘해줬다. 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박 감독이 펑펑 눈물을 쏟은 것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맨발 투혼’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1998년 7월 7일. 당시 무려 연장 20홀을 치르는 격전 끝에 정상에 오른 박세리는 아버지 박준철 씨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박 감독은 “선수 때 우승 했던 기쁨보다 지금의 감동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부담이 컸을 텐데 고맙게도 잘해줬다. 후배들 덕분에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직함을 얻게 됐고, 책임감을 갖고 했다. 역대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동안 그는 ‘엄마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별도로 마련한 숙소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했다. 부대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을 손수 요리해 선수들을 먹였다. 신선한 과일을 고르려 직접 마켓을 돌아다녔다. “후배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겸손해하던 그는 “나도 선수생활을 오래 해 봐서 후배들의 마음을 잘 알겠더라.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한 비바람이 예보돼 오후로 예정돼 있던 티타임이 오전으로 당겨진 21일에도 박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 손에 들려 보냈다. 또 경기 중 출출할 때 먹을 영양 바 등 간식도 세심하게 챙겼다.

대표팀 막내인 전인지는 “엄마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다른 숙소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낸 김세영은 “아버지가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데 박 감독님이 너무 그립다”고도 했다. 양희영의 말처럼 이들이 함께 지낸 일주일은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일주일”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림픽#리우#박인비#골프#박세리#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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