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지아 리우] 갑자기 먹통 된 노트북…“그립다, IT 코리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1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장을 앞두고 잘 작동되던 노트북이 갑자기 다운됐습니다. 간혹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별일 아니라고 여겼고, 그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다만 혹시 몰라 ‘예비용’ 노트북을 회사에 요청해 브라질로 가져왔습니다. 솔직히 비상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너무 방심했을까요. 아니면, 노트북을 너무 믿었던 것일까요. 갑자기 말썽을 일으킵니다. 한국-러시아의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2차전이 벌어진 9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나지뉴를 찾았을 때인데, 1세트 중반 갑자기 화면이 컴컴해지더니 심장을 찌르는 듯한 문구와 함께 복잡한 에러 코드가 떠올랐습니다.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계속 이 오류 메시지가 표기되면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문의하세요!’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예상치 못하게 만든 건 노트북 너잖아.”

시차 12시간의 지구 반대편에서 도대체 어디에 문의를 한답니까. 그 때부터는 배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마라카나지뉴에서 올림픽 미디어센터까지 얼마나 먼데, 당장 기사도 송고해야 하는데 해외에서 난생 처음 겪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머릿속도 노트북 화면처럼 새까매졌습니다.

쿵쿵거리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도착한 미디어센터. 곧장 IT서비스센터를 찾았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놀랍게도 이곳에 임시 파견된 한국인 직원이 있었습니다. “업체 서비스센터가 있긴 할 텐데, 리우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상파울루에는 틀림없이 있을 텐데”라면서도 직원 분은 열과 성을 다해 노트북을 살펴줬습니다. 결과는 실패. 한국에서 고쳐야 한답니다.

뭐, 예상은 했습니다. 미디어센터 내 대회 정보검색용 인트라넷도 금세 먹통이 되기 일쑤거든요. 고장 나면 수리는 감감무소식. 더욱이 지나치게 비싸다 싶은 560헤알(약 19만5000원)짜리 취재진 개인전용 유·무선 인터넷은 어찌나 복잡한 경로로 접속해야 하고, 그 속도는 또 얼마나 답답한지….

무거운 발걸음으로 되돌아온 숙소에서 여행용 가방에 보관 중이던 예비용 노트북을 켜며 생각에 잠시 잠겼습니다. 새삼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집니다. IT 코리아! 어느 곳에서든 세상 구석구석과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또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더라도 금세 고쳐주는 서비스센터가 지천에 널려 있잖아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대회 개막 5일째.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현장에 머물다 기사를 송고하고 숙소 침대에 몸을 눕히면 새벽 2시가 넘는 일상이 며칠째 되풀이되지만, 다시 마음은 편안해졌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나면 좋은 일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좋은 일이 일어날지 몹시 기다려집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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