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먼 길 돌아온 SK 김동엽의 소박한 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7일 1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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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동엽(26).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SK 김동엽(26).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한국에서 오랫동안 야구하고 싶다.”

SK의 늦깎이 신인 김동엽(26)은 KBO리그 무대에 서기까지 참 먼 길을 돌아왔다. 고교 2년간 일본(미야자키 나치난학원)에서 야구한 뒤 귀국했다. 그리고 천안북일고에서 3학년을 마치고 졸업했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으나,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2013년 6월 귀국길에 올랐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친 뒤 2016 신인드래프트 2차지명회의에서 SK의 부름을 받았다. 9라운드 전체 86번의 낮은 순위로 지명 받았으나, 지금은 당당히 1군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스프링캠프부터 두각 나타낸 거포 유망주

김동엽은 미국 플로리다~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부터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에서 SK를 상대한 넥센 선수들도 김동엽을 보고 “타구 비거리가 어마어마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대와 달리 올 시즌 시작부터 1군에 진입하진 못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2군경기 55게임에서 타율 0.360, 7홈런, 4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장타력을 입증했다. 김동엽은 “캠프 때 몸 상태와 타격감 모두 정말 좋아 자신이 있었다”면서도 “한국 야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2군에선 내가 잘하는 걸 보여주려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고 말했다.

● 데뷔 첫 홈런·타점의 엄청난 임팩트

지난달 20일 SK 최승준은 무릎 부상(후방 십자인대 손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자연스럽게 김동엽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26일 대전 한화전은 김동엽이 잠재력을 마음껏 뽐낸 무대였다.

8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4 승리를 이끌었다. 0-1로 뒤진 2회초 1사 1·3루에서 에릭 서캠프의 3구째 시속 142㎞ 직구를 받아쳐 좌월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데뷔 첫 홈런과 타점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3-1이던 6회초 2사 2·3루에선 우중간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SK 김용희 감독은 “김동엽이 홈런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승리에도 큰 역할을 했다”며 극찬했고, 4번타자 정의윤은 인터뷰 중이던 김동엽에게 “멋있다”고 말하며 기를 살려줬다.

그러나 김동엽은 오히려 “잘 쳤다는 생각보다 삼진 2개를 당한 아쉬움이 크다”며 “지금도 정경배 타격코치님과 상의하며 타격폼을 교정하고 있다. 수비도 열심히 하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 한국에서 오래 야구하는 것이 목표


김동엽의 아버지 김상국(53)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빙그레~한화~현대를 거치며 12년간 KBO리그에 몸담았던 포수 출신이다. 아버지의 응원은 아들에게 큰 힘이 된다. 김동엽은 “아버지께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아들이 되고 싶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는 자체로 후회는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경험을 한 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군 문제도 해결했으니 야구만 하면 된다”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야구하고 싶다. 아프지 않고 롱런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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