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청정지역’ 바둑도 방심은 금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4일 05시 45분


한국기원, 엄격한 규정으로 불법도박·승부조작 원천 봉쇄

“바둑도 위험하다.”

한국 프로바둑의 본산인 (재)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의 말에서는 우려와 단호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바둑은 도박의 청정지대로 불려 왔다. ‘바둑하면 내기바둑’의 이미지는 이제 희미하게 퇴색되어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불법도박에 연루된 스포츠 선수들의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지만 프로기사가 관련된 사건은 아직 드러난 바가 없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박 부총재의 말이다. 프로기사들이 불법 도박을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불법도박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바로 승부조작이다. 프로기사가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불미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개인적으로 인생을 망치는 것은 물론 바둑계 전체가 흔들리는 대형사고가 발발할 수 있다. 박 부총재는 “젊은 기사들이 자칫 모르고 빠져들 수 있어 한국기원으로서도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기원도 소속 기사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불법베팅, 승부조작을 예방하기 위한 영상물을 제작해 모든 프로기사들이 참가하는 예선전 시작 전에 틀었다. 대회 때마다 똑같은 영상을 보는 것이 지겹다고 일부 프로기사들이 항의를 할 정도였다. 한국기원이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덕인지 불법도박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이렇다할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바둑계는 여전히 불법 스포츠도박으로부터 떨어져 있다.

한국바둑리그 정관장황진단팀의 김영삼 감독(프로9단)은 “앞으로도 바둑계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과거 음지에서 자란 한국바둑은 어느 순간 양지로 올라왔고, 이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 두뇌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바둑이 갖고 있는 클린 이미지로 인해 바둑이 불법도박으로 물들 일은 크게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한국기원의 정동환 전략기획실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바둑은 스포츠이기 전에 예와 도를 중시하는 전통문화로 오랫동안 대접받아 왔다. 대국에 임하는 프로기사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바둑을 예와 도로 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정 실장은 “일반 스포츠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최근 20∼30년간 내기바둑 또는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프로기사는 없었다. 비공식적으로 내기바둑을 두었다가 징계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그것도 매우 오래된 이야기이다. 한국기원은 불법도박, 승부조작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규정을 정해놓고 있다. 프로기사들은 한국기원이 금지하는 대회에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없으며 프로기사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할 경우 견책부터 최대 제명까지 당할 수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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