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가는 박태환, 메달도 걸어야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1일 05시 45분


박태환. 스포츠동아DB
박태환. 스포츠동아DB
■ 해피엔딩을 위한 조건

전종목 출전? 주종목 집중 선택 필요
200m 13위,400m 6위 메달 가능성
기대치 밑도는 기록…막판 분전 필요


‘마린보이’ 박태환(27)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물살을 가른다.

2014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의 선수자격정지 처분(1년 6개월)을 받은 지 2년여 만에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이미 한 차례 힘겨운 징계 과정을 극복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하지만 아직 웃을 단계는 아니다. 더욱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다가올 올림픽에서 합리적인 결실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다. 메달을 떠나 최소한의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큰 비난이 쇄도할 수 있다. 가장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최적의 환경에서 훈련해도 부족할 판에, 박태환은 진작 해결됐어야 할 불필요한 문제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 채 30일도 남지 않았다. 그토록 갈구한 꿈의 무대에서 어떤 결실을 낼까.

전 종목 출전, 과연 가능?

박태환은 4월 동아수영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전 종목(100·200·400·1500m)에서 올림픽 A기준기록을 가뿐하게 통과했다. 그리고 ‘대표선수 자격’을 둘러싼 대한체육회와 지긋한 법적 공방이 모두 끝난 뒤 대한수영연맹의 추천으로 올림픽 경영종목 엔트리(8인)에 포함됐다.

FINA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FINA가 주최하거나 승인한 대회에서 이뤄진 기록을 기준으로 리우올림픽 티켓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A기준기록과 B기준기록이 있는데, A기준기록 통과자 중 최대 2명이 자동 출전할 수 있고 후자에서는 ‘A기준기록 통과자가 없을 시’ 가장 성적이 좋은 1명이 기회를 얻는다. 단, 세계랭킹과 국가별 안배 원칙에 따라 티켓이 주어지기에 무조건 올림픽 출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일단 박태환은 전 종목 출전의 뜻을 전했다. 결국 진천선수촌에서 실낱같은 출전 희망을 걸고 훈련하던 남자 자유형 B기준기록 통과 선수들이 떠났다. 체육계는 ‘선택과 집중’을 언급한다. 모든 종목에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면 주 종목에 매진하라는 의미다. 박태환의 주 종목은 200, 400m인데, 여기서도 400m에 좀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4종목 모두 나서겠다고 한 뒤 정작 본 무대에서 발을 빼면 박태환의 출전이 허용되면서 올림픽의 꿈을 완전히 잃어버린 후배 선수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수영인은 “전 종목 출전신청은 박태환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문제는 한 종목이라도 포기했을 때다. 규정을 벗어난 건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기록은 과연 어떻게?

동아수영대회를 기준으로 한 박태환의 기록은 어떨까. 100m 48.91초는 세계랭킹 51위로 입상권과 굉장히 거리가 멀다. 15분10초95에 터치패드를 찍은 1500m에서도 전체 47위가 나왔다. 그나마 메인 종목들의 상황은 좀 낫다. 1분46초31의 200m 13위, 3분44초26의 400m 6위다.

그런데 던컨 제임스 토드 코치(호주)의 지도 속에 호주 캐언즈에서 집중강화훈련을 진행 중인 박태환의 현재 페이스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지만 기록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 이달 초 브리즈번에서 열린 호주수영그랑프리 자유형 전 종목에서도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를 받았다. 동아수영대회 때보다 훨씬 저조했다. 현지 병원에서 브라질 풍토병인 황열 예방접종을 받은 후유증이라는 분석도 있고, 거취가 명쾌하게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 소화한 대회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분발이 필요하다. 박태환은 14일 일시 귀국해 국내 일정을 소화한 뒤 마지막 담금질을 위해 17일 미국 올랜도로 출국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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