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37세 구동훈 “특선급서 10년 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1일 05시 45분


2년 만에 특선급에 복귀한 구동훈이 벨로드롬에서 연습주행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구동훈은 임기응변에 능한 선수로 뛰어난 순발력이 강점이다.
2년 만에 특선급에 복귀한 구동훈이 벨로드롬에서 연습주행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구동훈은 임기응변에 능한 선수로 뛰어난 순발력이 강점이다.
6연속 입상…2년만에 특선급 복귀
임기응변 능하고 순발력도 뛰어나
“‘타이어 끌기’ 덕에 직선승부 가능
No pain, no gain…훈련량 늘릴 것”


“2년 만에 특선급으로 복귀했다. 참 오랜 만이다. 젊은 선수들이 다수인 특선급에 노장으로서 복귀해 기쁘다. 혹시나 싶었는데 행운이 따랐다. 그동안 훈련을 이끌어준 팀 선후배들에게 고맙다.”

최근 6연속 입상으로 특선급에 복귀한 구동훈(37·12기)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4년 6월 우수급으로 강급했다 복귀했으니 2년 만에 특선급에서 뛰는 셈이다. 올해 12년 차. 30대 후반 줄에 들어서는 노장은 특선급 전략을 미리 세워 놓은 듯 했다.

“특선급 준비는 끝났다. 팀 내 특선 머리급 선수들과 훈련하며 시속감을 익히고 있고 테크닉을 기르고 있다. 강자 위주로 편성된 금, 토요경주는 다소 어렵겠지만 강자 빠진 일요경주의 경우 기회가 온다면 젖히기 통해 욕심을 내겠다.”

구동훈은 ‘촌놈’이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연화도가 고향이다. 섬마을 소년이었다. 육지서 배로 족히 한 시간을 가야 그의 고향에 닿을 수 있다. 열한 살 때 육지 통영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섬은 영원히 그의 고향이다. 자전거와는 비교적 늦게 만났다. 창원대 체육과 재학시절 선배들의 도움으로 인연을 맺었다.

한때 체육교사 임용고시와 학생군사교육단(ROTC) 사이에서 진로 고민을 했지만 경륜선수로 활동했던 박광진(9기, 은퇴), 감병삼(9기, 선발) 선배들의 조언으로 경륜의 길을 택했다.

임기응변에 능한 경기력과 순발력이 장점인 구동훈은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12년차 경험을 통해 얻은 경주 감각도 큰 자산이지만 끊임없는 경주 동영상을 연구한다. 그러나 경륜은 머리 못지않게 체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른일곱의 노장은 어떻게 체력을 다지고 있을까.

“나만의 훈련비법이 있다. 타이어 끌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용진, 박동수, 이정민, 지성환 등 팀 내 고참 선수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부족했던 회전력과 스피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보강하게 되어 직선 승부가 가능해졌다.”

구동훈은 기억에 남는 경주로 2015년 2월8일 광명우수결승에서 젖히기 통해 우승을 했을 때를 꼽았다. 당시 그는 초주선행이란 불리한 위치와 함께 경주 중반 6착까지 밀렸으나 일발 젖히기 통해 우승을 했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뭘까. 그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철두철미했다. 그만큼 삶의 ‘로드맵’이 확실했다.

“좌우명은 ‘No pain, no gain’이란 미국 속담이다. 고통이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책상 앞에 붙여 놓고 읊조리며 하루 일과를 시작할 정도다. 단기적인 목표는 생각보다 일찍 온 특선급 승급이라 훈련 스케줄이 꼬이겠지만 훈련량을 늘리겠다. 노장으로서 ‘마지막 특선급’이 될 수 있기에 과부하가 우려되나 욕심을 내보겠다. 장기적인 목표는 10년 이상 특선급 내지 우수급 머리급 선수를 유지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올해로 48세인 박종현(6기, 특선급) 선수를 닮고 싶다. 유명한 선수는 아니나 늘 한 결 같이 ‘구동훈‘을 외치며 응원을 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전하고 싶다.”

구동훈의 사생활이 궁금한 분을 위한 추신. 구동훈은 2008년 11월 결혼한 아내(박미진, 36세)와 사이에 8세 딸, 6세 아들을 두고 있다. 아내는 캠퍼스 커플로 같은 학과 1년 후배. 함께 임용고시가 목표라 공부도 같이 했다. 그가 돌연 꿈을 접고 군복무, 경륜훈련원 생활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잊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을 주며 용기를 주었다. 프로 데뷔 후 서울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준비를 하는 아내의 학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알콩달콩 10년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현재 아내는 기간제 교사를 그만 두고 남편의 경주 동영상을 모니터하며 뒷바라지를 하면서 응원도 하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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