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돌아와줘”… 허들의 ‘강정호바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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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에서 복귀를 준비 중인 강정호가 2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더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에서 복귀를 준비 중인 강정호가 2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더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 복귀요? 언제일진 저도 몰라요. 그런데 감독님이 며칠 전 휴대전화로 사진을 한 장 보내셨더라고요.”

강정호(29·피츠버그)의 얼굴이 순간 환해졌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에게 받은 사진 얘기를 꺼내면서다.

강정호는 지난해 9월 경기 중 크리스 코글런(당시 시카고 컵스)의 과격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반월상 연골이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겨우내 지겨운 재활 과정을 소화한 그는 이달 중순부터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로 내려와 실전 감각을 쌓고 있다.

허들 감독이 강정호에게 보낸 사진에는 한 남자가 경복궁을 배경으로 강정호의 등번호 27번이 새겨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있다. 허들 감독은 서울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이 사진을 강정호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가 강정호의 복귀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복귀를 예상하고 있다.

25일 더럼 불스와의 트리플A 경기가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 불스 애슬레틱 파크에서 만난 강정호는 “재활 기간을 하루라도 줄여 보려고 겨울에 한국에도 들어가지 않고 열심히 운동만 했다. 동료들보다 늦게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메이저리그 복귀 초읽기

강정호는 24일 루이빌 배츠와의 방문경기에서 트리플A 4경기 만에 첫 안타를 쳤다. 왼쪽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첫 안타가 나온 것도 그렇지만 1루로 돌아오는 급격한 동작 때 무릎에 전혀 이상을 느끼지 않았던 게 고무적이었다. 강정호는 “오랜 만에 실전에 적응하느라 타율은 썩 좋지 않다(0.067·15타수 1안타). 그렇지만 타격감이 나쁘지는 않다. 무릎 상태도 100%는 아니지만 비슷하게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5일 경기에선 1-6으로 뒤진 9회초 대타로 출전해 볼넷을 골랐다. 후속 타자의 1루수 앞 땅볼 때는 전력질주한 뒤 슬라이딩으로 2루를 밟았다. 무릎 부상의 후유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선발 출전은 하지 않았지만 강정호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일찌감치 구장에 도착해 실내에서 밴드를 이용해 무릎 주변 근력 보강 운동을 했다. 수비 훈련과 타격 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프리 배팅 때는 담장을 때리는 직선 타구를 여러 차례 날렸다.

트레이닝 코치와 일대일 주루 훈련을 한 것도 남달랐다. 강정호는 코치의 지시에 따라 고깔 모양의 도구 사이를 지그재그로 여러 차례 내달렸다. 운영팀의 한 직원은 이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다. 허들 감독은 이런 자료들을 검토한 뒤 메이저리그 복귀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 “3루수라면 홈런을 더 쳐야죠”

허들 감독
허들 감독
인디애나폴리스 감독은 강정호에 대해 “몸이 커졌다(He‘s got big)”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강정호의 몸은 한국 프로야구 넥센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해와 비교해도 훨씬 커졌다.

넥센 입단 당시 80kg 내외였던 몸무게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90kg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첫해인 지난해에는 96kg이었다. 그런데 이날 인디애나폴리스가 배포한 자료에는 100kg으로 나왔다.

강정호는 “올해는 아무래도 유격수보다 3루수로 주로 뛸 것 같다. 힘을 늘리기 위해 몸을 좀 키웠다.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3루수라면 아무래도 (홈런을) 더 많이 쳐야 하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정호는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발표한 올해 올스타전(7월 13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 후보 명단에 내셔널리그 3루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피츠버그 구단은 그를 올스타 3루수 후보로 추천했다. 허들 감독과 피츠버그 구단이 그에게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

더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피츠버그#강정호#허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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