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이중처벌 논란, “스포츠는 공정성” vs“규정 자체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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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20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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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동아일보 DB
박태환. 동아일보 DB
‘마린보이’ 박태환(27)이 25일부터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출전을 선언한 가운데, 박태환에 대한 ‘이중처벌’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박태환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개막 직전 도핑 검사에서 세계반도핑위원회(WADA)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 정지를 받았다.

징계는 지난달 2일 끝났지만 박태환은 동아수영대회에서 우승하더라도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 수 없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대한체육회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징계 만료 후에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현행 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

이에 국제수영연맹의 징계가 끝난 후 국내 규정에 따라 또 다시 징계를 가하는 건 가혹한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과연 이러한 국내 규정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홍성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과 세계스포츠법학회 정회원인 장달영 변호사가 박태환에 대한 이중처벌 논란을 놓고 차례로 찬반 입장을 펼쳤다.

먼저 홍 위원장은 “이중처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일축하며 “약물복용 등도 그렇고, 소위 스포츠 4대악(조직사유화, 입시비리, 승부조작 편파판정, 폭력)에 대한 징계도 이게 (징계처분이)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만 이러한 방식으로 이중 처벌이 이뤄진다는 주장에 대해 “유독 우리나라만이라고 할 부분이 아닌 것이 스포츠는 룰로 시작해서 룰로 끝나고 그야말로 공정”이라며 “공정성이 훼손되면 스포츠의 가치는 그냥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없이 만들어진 ‘이중처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징계와 같은 처벌을 할 때 지켜야 할 법 원칙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중처벌 금지”라며 “국가대표 선발이 될 수 있는 기량과 기록을 갖고 있음에도 어떤 징계를 받은 전력 때문에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당 선수에게는 또 다른 처벌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도핑 제재에 관련된 근거법은 세계반도핑기구, WADA의 반도핑 규범, 그리고 국내 반도핑기구, KADA의 반도핑 규정이다. 그런데 그 규정에는 ‘징계기간 만료 후에 어떤 대회에 출전 못 한다’,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못 한다’라는 제재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태환 선수가)소송으로 가면 반드시 이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법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투여한 의사를 상대로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고의 투약 의혹을 벗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의로 약물을 투약한 경우와 똑같이 3년간 국가대표 선발 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건 가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승부조작, 성폭력, 약물복용 등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은 엄하게 다스리는 게 맞다며 “평범한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국가에 공헌한 바도 많고, 선수 양성하는데도 이것이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같은 도핑이라도 실수로 한 사람은 1개월 선수자격정지를 받을 수 있고, 고의적으로 한 사람은 최고 4년의 선수자격정지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런데 똑같이 3년간 국가대표 선발 제한을 하면 책임 원칙, 형평성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국내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영선수인 박태환에게 특혜를 주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는 사람을 국가대표로 선발하면 특혜지만 어떤 문제 있는 규정에 의해 불리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건 특혜로 볼 수는 없다. 비정상, 불합리한 것을 정상적으로 합리적으로 돌려놓은 거니까 이건 특혜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규정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만약 박태환이 이번 동아수영대회에서 대기록을 세운다고 해도 대한체육회 입장은 변함이 없을까?

홍 위원장은 “기록경신과 국가대표선수 자격권은 별개”라고 못 박으면서 “박태환 선수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큰 선수로 성장했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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