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대회 임박해 감독 공모 ‘한가한 배구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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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스포츠기자
황규인 스포츠기자
월드컵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축구 대표팀 감독이 프로 팀의 부름을 받았다며 자리를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배구에서는 실제 일어난 일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는 6월 17일 시작한다. 그런데 박기원 대표팀 감독(65)은 프로배구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과 매년 열리는 월드리그가 똑같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월드리그 그룹2에 속한 한국은 올해 성적이 부진하면 최하위인 그룹3으로 떨어지게 된다.

박 감독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 반대했다. 자유계약(FA) 시장이 곧 열리는 데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팀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한배구협회도 동의했다.

배구협회는 22일까지 대표팀 감독을 공모하기로 했다. 지원 자격은 2급 이상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로 최소 5년 이상의 지도 경력이 필요하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 팀인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42)이나 정규리그 우승 팀인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40)은 이 기준에 미달한다. 또 박 감독이 프로 팀을 정비하겠다며 대표팀을 떠나는데 다른 프로 팀 감독에게 맡으라고 할 수도 없다. 대학 팀도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배구 대표팀 감독 자리는 전임제가 아니라서 훈련 수당(연봉)이 없다. 게다가 이번에 지휘봉을 잡는 인물은 9월에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가 끝나면 딱히 할 일도 없다. 임기를 석 달 이상 보장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항공은 “대표팀을 맡으려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한다. 대한항공의 예상이 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황규인 스포츠기자 kini@donga.com
#국제배구연맹#박기원#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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