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왜 ‘32억원’ 포수 정상호를 벤치에 앉힐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8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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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서 주전포수로 활약한 정상호(34).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SK에서 주전포수로 활약한 정상호(34).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LG는 지난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3년 만에 외부영입을 단행했다. SK에서 주전포수로 활약한 정상호(34)를 4년 총액 32억원에 영입했다. 그런데 7일 광주 KIA전까지 개막 후 4경기에서 정상호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단 LG의 주전포수는 젊은 유강남(24)이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 50순위로 입단한 프로 6년차 포수다. 지난해 126경기에 나와 타율 0.272·8홈런·37타점으로 첫 풀타임을 소화했다. LG가 젊은 포수들 중에서 ‘미래의 안방마님’으로 점찍은 인재다.

그러나 정상호를 영입하면서 출전 비중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였다. 정상호는 과거 박경완(SK 배터리코치)의 그늘에 가리기도 했지만, 젊은 유강남과 달리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다만 풀타임을 뛰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 기존 포수들과 출전시간을 나눠가질 것으로 보였다.

정작 시즌에 돌입하니, 정상호는 경기 후반 나오는 ‘세이브 포수’가 됐다. LG가 치른 3경기 모두 벤치에서 출발해 경기 후반 대수비 혹은 대타로 투입돼 마스크를 썼다. 32억원을 투자한 포수를 벤치에 앉히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투자가 옳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에 대해 “(정)상호가 뒤에 있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경기 후반에 상호가 들어가면, 도루에 능한 한화 정근우도 맘대로 뛰지 못하더라.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상호의 안정적인 투수 리드도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LG는 경험 많은 포수가 필요할 때가 있다. 경기 후반 타이트한 상황에서 정상호의 능력이 빛날 수 있다.

LG는 지난해부터 젊은 선수들로 선수단을 재편하며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길게는 10년을 책임질 선수단을 만들기 위해서다. 정상호의 영입에도 유강남은 굳건히 주전을 지키고 있다. 반면 정상호의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유강남은 곁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32억원은 젊은 포수들의 성장을 위한 투자일 수도 있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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