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영조’는 안된다…마라토너 에루페 귀화 추천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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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동아일보 DB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동아일보 DB
‘검은 황영조’는 허락되지 않았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의 한국 국적 취득이 좌절됐다.

6일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의 ‘체육 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에 대해 재심의를 한 대한체육회는 특별 귀화 추천을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대한체육회가 밝힌 추천 거부 이유는 에루페의 금지약물 복용 이력 때문이었다. 에루페는 2012년 말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2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1월 첫 심의에서 추천이 보류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에루페는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한체육회는 “주장을 입증할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뤘다.

이날 대한체육회는 “치료 목적으로 약을 쓰겠다고 신청할 수 있는 면책특권 제도를 사용하지 않았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도 고의성이 없었다면 이의 신청을 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며 에루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특별귀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13명이 귀화를 했다. 원 국적을 보면 대만 1명, 미국 4명, 캐나다 6명, 러시아 2명이다.

대한체육회가 에루페의 특별귀화에 대한 재심의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에루페 귀화를 통해 침체에 빠진 한국 마라톤을 부흥시키려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마라톤 세계 최고기록은 2시간2분대에 접어들었지만 한국기록은 2000년 이봉주가 세운 2시간7분20초에 멈춰 있다. 2011년 정진혁(한국전력)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뒤로는 10분대 기록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에루페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분13초로 우승했다.

대한체육회는 “정말 귀화하고 싶다면 특별귀화가 아닌 일반귀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지만 일반귀화를 하려면 국내에서 5년을 거주하고 필기시험도 거쳐야 해 케냐에서 훈련을 해온 에루페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루페의 귀화를 추진해 온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2012년 당시 에루페는 면책특권 제도에 대해 몰랐다. 또한 케냐육상경기연맹에 치료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묵살 당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했다면 지금처럼 뛸 수 없다. 징계 기간 여러 차례 도핑 테스트를 받았지만 깨끗했다. 도핑 전력이 있는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규정 또한 2014년 7월에 만들어진 것으로 에루페의 징계 이후다. 안타깝지만 에루페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더는 귀화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에루페와 함께 심의 대상에 오른 여자농구 첼시 리(27·KEB하나은행)는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로 선정됐다. 할머니가 한국계로 알려진 첼시 리는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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