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조범현의 남자’ kt 홍성용 “버리면서 변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6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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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홍성용. 사진제공|kt 위즈
kt 홍성용. 사진제공|kt 위즈
조범현 감독의 조언으로 투구폼 변화
스피드보다는 제구력, 볼끝 힘 실어
시속 140㎞ 고정관념 버리면서 변화


kt 왼손투수 홍성용(30)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디어데이에서 조범현 감독에게 특별한 선택을 받았다. 한 팬이 ‘사위 삼고 싶은 선수’를 물었고, 조 감독은 홍성용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워낙 시련의 시간을 많이 겪었고, 평소 생활이나 야구하는 걸 보면 좋은 선수로 성공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목을 받은 홍성용도 놀랐다. 그는 지난해 6월 외야수 오정복과 함께 2대1 트레이드로 NC에서 kt로 이적했다.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조 감독은 홍성용의 성실성을 높게 샀다. 홍성용은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저 열심히 하고, 야구장에 나오면 집중하는 것뿐이다. 또 혼자 운동하는데 익숙하다보니 남들보다 먼저 나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곤 하는데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머쓱해 했다.

조 감독의 말대로 홍성용은 시련을 많이 겪은 선수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35순위로 LG에 지명됐으나 1군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2008년 방출됐다. 이후 5년 동안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었고, 케이블채널의 투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등 프로선수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2014년 NC에 입단하면서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지난해 42경기서 4패 10홀드 방어율 3.86을 기록하는 등 kt 불펜진에 꼭 필요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났다.

홍성용의 장점은 독특한 투구폼이다. 다른 투수들과 달리 상체와 팔을 주로 쓰는 탓에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장점이 있다. 수년간 시행착오 끝에 만든 폼이지만 홍성용은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 변화를 꾀했다. 조범현 감독의 애정 어린 조언 때문이었다.

홍성용은 “감독님께서 먼저 말씀해주셨다. 장기레이스에서 그렇게 계속 던지면 팔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면서 팔을 돌려서 원심력을 이용해보자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손을 글러브에서 빼 위로 향할 때 기존 폼보다 팔을 돌려 힘을 덜 쓰는 것이다.

예전보다 하체를 많이 쓰면서 하체 중심이동으로 공에 힘을 싣는 작업도 같이 했다. 그렇게 투구폼을 바꾸자 볼끝에 힘이 더 생기는 효과를 얻었다. 홍성용은 “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제구력과 볼끝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제구나 볼끝 모두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용은 NC 시절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기술적인 변화 외에 정신적인 변화도 있었다. 그는 “NC에서 뛸 때만 해도 ‘투수는 140㎞ 이상 던져야 산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앞섰다. kt에 온 뒤로 감독님과 정명원 코치님께서 단점보단 장점을 더 살리자는 말씀을 해주셨다. 마음이 편해지니 결과도 좋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투수에게 스피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투수들은 스피드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 때론 버릴 줄 아는 게 정답이다. 홍성용도 ‘140㎞’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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