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마이너리그행 거부…볼티모어가 방출 선택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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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28·볼티모어)가 결국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현수의 국내 대행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1일 “김현수가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현수는 기존 계약이 성실하게 이행되고 공정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아 볼티모어에서 선수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수가 볼티모어에 남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남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볼티모어에서 700만 달러(약 80억 원)를 주고 방출하는 걸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민(30·KIA) 사례에서 보듯 김현수를 영입하겠다는 국내 또는 일본 구단이 있다면 볼티모어는 이보다 적은 돈을 들이고도 김현수와 작별할 수 있다.

김현수가 방출됐을 때 그를 원하는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별로 없는 선수처럼 비춰질 가능성을 더 커졌다. 미국 NBC 스포츠는 “김현수는 끝날지 모르는 마이너리그 생활보다 주머니에 든 700만 달러와 집으로 가는 비행기 표가 더 끌렸던 모양”이라고 보도했다.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지금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스카우트 해온 게 실패라고 결론 내리고 출구 전략을 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범경기 때 김현수가 제대로 때린 타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됐다.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실망스러운 모습을 선보였다”면서 “김현수로서는 차라리 ‘이럴 거면 다른 팀을 알아보겠다. 방출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룰 5 드래프트’로 데려온 조이 리카드(25)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90으로 맹타를 휘두른 것도 볼티모어 구단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른 팀 마이너리거 중에서 영입 희망 선수를 지명하는 이 제도를 통해 선수를 확보한 팀은 이 선수를 그 다음 1년 내내 무조건 25인 로스터에 넣어둬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25인 로스터에서 빼면 그 순간 바로 다른 팀에서 그 선수를 데려갈 수 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보다 강력한 메이저리그 보장 장치인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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