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김현수, 마이너행 수용 땐 조건부 약속 받아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31일 05시 45분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최희섭이 바라본 현실적 대안

“지금이야말로 협상력 중요한 때
마이너행도 승격 약속 전제되야”


이쯤 되면 ‘알아서 내려가라’는 소리다. 볼티모어 댄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이 현지 언론을 통해 “김현수(28)를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로스터에서 빼겠다”고 선언했다. 볼티모어의 최고 실력자 2인이 총대를 메고 나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쓰지 못하도록 무장해제시키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

볼티모어 지역 언론 MASN은 30일(한국시간) “김현수는 노포크(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팀)로 가서 팀에 도움이 될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여기(메이저리그)는 김현수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선수가 있고,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로 25인 로스터를 짜야 한다”는 쇼월터 감독의 발언을 전했다. 듀켓 단장 역시 이 매체를 통해 “김현수를 25인 로스터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조이 리카드가 주전 좌익수를 맡는다”고 밝혔다. 침묵하는 김현수를 시범경기에 계속 출전시키지 않으면서 결단을 독촉하는 모양새다. 30일 애틀랜타전은 연장 10회까지 진행됐음에도 김현수는 결장했다. 26일 뉴욕 양키스전 1타석 출전을 끝으로 27일 보스턴전부터 3경기 연속으로 벤치에 앉혀두고 있다.


볼티모어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볼티모어는 ‘해볼 만한’ 전력이다. 그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여유도 없다. 이 와중에 시범경기(10승14패)부터 AL 꼴찌다. 선발진의 크리스 틸먼(방어율 9.31), 요바니 가야르도(16.88), 우발도 히메네스(12.27), 미겔 곤살레스(9.78) 등이 엉망이다. 게다가 쇼월터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어차피 검증된 선수가 아니라면 스프링캠프에서 잘한 선수를 개막 로스터에 집어넣는 것이 당연하다는 신념이다. 44타수 8안타(타율 0.182)에 그친 김현수보다 리카드(59타수 23안타·타율 0.390), 놀란 레이몰드(50타수 14안타·280)가 기회를 얻어야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뒤 승격되면 좋고, 그렇지 못하면 KBO리그 팀으로 이적해도 돈(2년 총액 700만달러)을 아낄 수 있어 좋다는 볼티모어의 셈법이 읽힌다.

● 최희섭이 말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의 한계

볼티모어와 미네소타에서 연수 중인 최희섭(37·전 KIA)은 30일 “(김)현수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40인 로스터다”고 강조했다.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인 최희섭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의 한계에 주목했다. 구단이 선수를 함부로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없는 억지력을 갖춘 조항이지만, 실제로 선수가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구단은 방출이라는 또 다른 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LA 다저스 알렉스 게레로처럼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고 끝까지 버텨 상황을 반전시킨 사례도 있지만, 김현수가 그 정도로 ‘멘탈 갑’일 수 있느냐가 변수다. 최희섭은 “지금이야말로 볼티모어와의 협상력이 중요하다. 마이너리그행에 동의해준다면 몇 타석을 채우고 올라오는 식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현수가 ‘내년도 있다’고 길게 보기를 바란다. 돈보다 자존심을 건 도전인지, 현명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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