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마시며 45일간 ‘맨땅 샷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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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골프투어 2년차 김하늘 성공 비결… 시즌 개막 4개대회서 1승-톱10 3번
“벙커-흙에서 손 물집 잡히도록 연습… 비거리 15야드 늘고 구질 묵직해져”

지난해의 슬럼프를 딛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정상에 오른 김하늘. 르꼬끄골프 제공
지난해의 슬럼프를 딛고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악사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 정상에 오른 김하늘. 르꼬끄골프 제공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진출 2년 차를 맞은 김하늘(28)의 시즌 초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시즌 개막 후 3개 대회에서 연이어 톱10(7위-4위-5위)에 들더니 27일 악사 토너먼트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지난해 19개 대회 만에 JLPGA투어 첫 승을 신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볼만하다. 김하늘은 지난해 오랜 슬럼프에 시달리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날도 있었다.

이번 주 야마하오픈 출전을 위해 일본 시즈오카 현 가케가와에 머물고 있는 김하늘은 “겨울에 고생한 보람이 있다. 두 번째 시즌이라 현지 적응도 잘됐다. 코스도 눈에 익었다. 낯선 곳에서 소외된 느낌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하늘은 올 시즌에 대비해 처음으로 중국(광저우)에서 훈련했다. 최경주 재단의 주니어 캠프에 합류한 그는 45일 동안 매캐한 흙먼지를 마셔가며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훈련했다. “벙커, 황토 흙 위에서 공을 많이 치면서 몸에 힘이 붙다 보니 거리가 15야드 이상 늘었다. 구질까지 묵직해져 바람의 영향도 덜 받게 됐다. 최경주 프로님의 도움도 컸다. 어린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올 시즌 김하늘은 상금 랭킹 2위(2501만 엔)에 오르며 1위 테레사 루(2626만 엔)를 바짝 쫓고 있다. 3위 이보미와 4위 신지애는 김하늘과 동갑내기다. 대회 순위나 라운드 수 등을 포인트로 합산해 매기는 메르세데스 랭킹에서 1위에 오를 만큼 올해는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김하늘은 “상금 랭킹 10위 이내와 시즌 2승이 목표였다. 두 번째 우승이 빨리 나온다면 눈높이를 올려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늘은 앞선 2개 대회에서 연이어 마지막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고도 역전패를 당했다. 그는 “우승 문턱에서 부담감을 떨쳐내려고 애쓴 게 오히려 독이 됐다. 내 자신을 속인 셈이다. 내가 긴장했다는 걸 인정하고 더 집중하면서 쳤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하늘은 대회 마지막 날에는 대부분 하늘색 티셔츠에 스커트를 입는다. 하지만 이번에 우승할 때는 평소 보기 힘든 스카이블루 색상의 바지 차림이었다. “독기를 품느라 바지를 입은 거 아니냐”는 주위의 얘기를 전하자 김하늘은 웃었다. “꿈보다 해몽이네요. 대회 장소인 미야자키가 너무 추웠어요. 그래서 히트텍(발열 내의)에다 바지까지 껴입게 된 거죠. 호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하늘의 웃음소리가 무척 밝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김하늘#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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