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코리안드림 꿈꾸는 롯데 2년차 투수 린드블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내 한국어는 8세 수준… 어딜 가도 문제없죠”

울산구장에서 만난 롯데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그는 두산 니퍼트를 뛰어넘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를 꿈꾸고 있다. 울산=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울산구장에서 만난 롯데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그는 두산 니퍼트를 뛰어넘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를 꿈꾸고 있다. 울산=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의 시범경기 전날 울산의 한 카페에 금발의 거구가 성큼 걸어 들어왔다. 롯데의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29)이었다. 음료를 주문한 린드블럼은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다음 날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만난 그에게 전날 일을 물으니 “공부하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학기”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그는 틈틈이 남은 한 과목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전공은 신학. 한국에서도 가족들과 교회에 다니는 ‘교회 아빠’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투수 중 최다인 210이닝을 소화하며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54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린드블럼은 야구는 물론 학생과 두 아이의 아빠라는 역할을 모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그를 한국무대에 서게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이었다. 세 살짜리 딸과 한 살짜리 아들을 둔 그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미국에서는 장거리 비행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가장 먼 구장까지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은 성공적인 첫 시즌의 비결로 ‘오픈 마인드’를 꼽았다. “한국에 오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다른 문화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 문화는 ‘존중(respect)’이었다. “야구장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하고 예의를 갖추는 게 멋졌다. 존댓말이 대표적이다. 후배들 대부분이 내게 존댓말을 쓴다.” 그는 짓궂은 표정으로 “하지만 김준태(22)는 나와 친구를 먹으려 든다(웃음)”고 한마디 보탰다.

자신의 한국어 수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꽤 준수한 편(decent)”이라고 말했다. 나이로 따지면 ‘여덟 살쯤’이라고 했다.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택시, KTX를 타는 데도 문제가 없다. 어디 가도 밥을 굶거나 집에 못 오는 일은 없을 거다.”

린드블럼은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장난을 치는 모습이 자주 중계화면에 잡힌다. 그는 “직업으로 진지하게 하는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는 아이들의 게임이다. 늘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내 신조다. 동료들과 장난을 치면서 서로 한국말과 영어가 빨리 늘었다. 특히 황재균의 영어는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팬들도 그를 단순한 외국인 선수 이상으로 생각한다. 팬들은 그에게 롯데의 전설인 최동원의 이름을 따 ‘린동원’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린드블럼은 “그 별명은 ‘영광’이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 아니냐. 나 역시 매일 더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중 어린 투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린드블럼은 “선배로서 당연히 책임감을 느낀다. 박세웅, 고원준 같은 어린 투수들이 발전해야 우리 팀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그에게 ‘니퍼트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 기록에 도전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영광이다. 부산도 너무 좋다. 제구에 신경을 써 늘 준비된 모습을 보이겠다.”

울산=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린드블럼#프로야구#롯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