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근육 먼저 키워야겠어요”… 베트남 출신 쯔엉, K리그 적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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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스타 쯔엉
베트남 축구스타 쯔엉
“한국 사람들은 나를 잘 몰라도 베트남 사람들은 다 알아요.”

베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프로축구 K리그 무대를 밟게 된 르엉쑤언쯔엉(21·인천). 그는 “나를 응원하는 베트남 축구 팬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꼭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쯔엉은 한국으로 치면 박지성에 비유될 정도의 축구 스타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성인 국가대표팀보다 23세 이하 대표팀의 인기가 더 높다. 베트남 정부는 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파트너십을 맺고 2007년부터 유소년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07년 당시 12∼14세이던 유소년들이 지금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의 주축이다. 이 가운데 쯔엉의 인기가 특히 높다. 쯔엉은 베트남 TV에 광고 모델로 출연했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축구 만화가 있을 정도다. 쯔엉이 인천에 입단한다는 소식을 전한 베트남 현지 언론 보도만 600건을 넘었다.

인천도 축구 실력보다는 인기를 앞세운 마케팅에 무게를 두고 쯔엉을 영입했다. 남동공단이 있는 인천에는 4만 명가량의 베트남 근로자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이 마케팅을 위해 영입했다지만 쯔엉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한국 프로축구 팀에 입단한 첫 베트남 선수로서 사명감이 있다. 내가 잘해야 앞으로도 베트남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높아진다. 목표는 팀의 주전이 돼 선발 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르엉쑤언쯔엉(6번)이 속했던 19세 이하 축구 대표팀을 소재로 한 만화가 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쯔엉을 모델로 삼았다. DJH매니지먼트 제공
베트남에는 르엉쑤언쯔엉(6번)이 속했던 19세 이하 축구 대표팀을 소재로 한 만화가 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쯔엉을 모델로 삼았다. DJH매니지먼트 제공
쯔엉은 22일 발표되는 베트남 축구 올해의 선수상 후보 3명에 포함됐다. 베트남의 성인 대표팀 감독은 “24일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대만과의 경기 출전 명단에 쯔엉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인 베트남은 한국(57위)과의 수준 차이가 크다. 한국의 올림픽대표팀 선수들도 당장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주전을 꿰차기가 쉽지 않다.

이런 차이를 쯔엉은 지난달 인천의 일본 오사카 전지훈련에서 몸으로 느꼈다. 그는 “훈련 때 한국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체격과 체력에서 많이 밀렸다. 체격이 왜소한 편인데 기술적인 면보다는 우선 근육량을 늘리는 등 피지컬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드필더인 쯔엉은 177cm의 키에 몸무게는 68kg이다.

전지훈련을 통해 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때문인지 쯔엉은 “당장은 1군 무대에서 주전으로 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최대한 빨리 팀의 주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인천 감독도 “실력을 갖춰야 경기에 나갈 수 있고 마케팅도 출전을 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쯔엉이 클래식 무대에 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던 쯔엉에게 장점을 묻자 갑자기 입을 다물고 싱긋이 웃기만 했다. 다시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쯔엉은 “내가 뭘 잘한다는 것은 말로 아무리 설명해 봐야 소용이 없다. 그런 건 남들이 알아줘야 하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건 팬들 앞에서 직접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베트남 축구 스타 쯔엉(가운데)은 우유 회사의 TV 광고 모델로도 출연했다. DJH매니지먼트 제공
베트남 축구 스타 쯔엉(가운데)은 우유 회사의 TV 광고 모델로도 출연했다. DJH매니지먼트 제공
‘베트남 축구 스타’ 쯔엉. 그는 자신이 한국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자국 팬들에게 하루빨리 보여주고 싶어 한다. 지난 시즌 막판 K리그 클래식 10경기를 중계했던 베트남 국영방송 VTV 산하 채널은 올 시즌에도 K리그를 중계하기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협상 중이다. 1984∼1986년 럭키금성(현 FC 서울)에서 뛰었던 피아퐁(태국) 이후 30년 만의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인 쯔엉이 한국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베트남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인천=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쯔엉#베트남#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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