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차 뒤집고… 447위 테일러 ‘인생역전 샷’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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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10년 6개월만에 3번째 우승
2부 전전하다 대기선수로 극적 출전… 4R서 7언더파 몰아쳐 미컬슨 제쳐
상금 15억에 2년간 PGA 출전권 획득

1타 차 2위로 18번홀(파5)에서 1.5m 버디 퍼팅을 남겨둔 필 미컬슨(45·미국). 직전까지 비슷한 거리에서 시도한 23개의 퍼팅을 모두 성공시켰지만 퍼터를 떠난 공은 홀 끝을 맞고 튕겨 나왔다. 2013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이후 통산 43승째를 노리던 미컬슨이 정상 문턱에서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은 미컬슨보다 더 절박하게 승리를 원했던 본 테일러(40·미국)였다. 세계 랭킹 447위 테일러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페블비치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0타로 역전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미컬슨에게 6타 뒤졌던 테일러는 이날 7언더파를 몰아쳐 2005년 이후 10년 6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테일러는 성적 부진으로 PGA투어 카드를 잃고 2012년부터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이번 대회에도 예선전을 거쳐 대기 선수 1번으로 있다가 기권한 칼 페테르손(39·스웨덴)을 대신해 막차를 탔다. 지난주 콜롬비아에서 열린 웹닷컴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식중독에 걸려 기권했던 그는 귀국길 항공 요금을 아끼려고 고향인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로 가는 직항편 대신 캘리포니아 주 경유편 티켓을 끊었었다. 수화물 무게가 많이 나가면 추가 비용을 낼 수 있어 휴대용 가방도 하나만 들고 귀국했다. 2014년 보트 전복 사고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 적도 있다.

오랜 세월 가시밭길을 걸었던 테일러는 이번 우승으로 고향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출전권과 함께 PGA투어 2년 출전권을 얻었다. 우승 상금 126만 달러(약 15억2000만 원)는 그가 지난 3년간 벌어들인 상금(117만 달러)보다 많다. 대회 마지막 날은 현지 시간으로 밸런타인데이였다. 아내와 아들의 응원을 받은 테일러는 “믿어지지 않는다. 내 곁을 굳게 지켜준 가족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한편 강성훈은 퍼팅 수가 40개까지 치솟으며 5타를 잃고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필 미컬슨#본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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