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기자의 파넨카 킥]높아진 ‘만리장성’… K리그 4龍, 이번엔 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中, 유럽구단에 맞먹는 자금력으로… 빅리거들 영입 亞축구 강자로 우뚝
최근 부진으로 자존심 구긴 K리그… 亞챔스리그 우승으로 명예회복 별러
양국 조별예선부터 외나무다리 대결

“주변은 발전하는데 우리는 위축되고 있다. K리그 전체를 위해 자부심을 되찾아야 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선수들에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강조하는 이유다. 10년 만에 ACL 정상 등극을 노리는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에 집중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해외 유명 선수를 싹쓸이한 중국 슈퍼리그 팀들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최 감독은 “(중국이) 지금 같은 투자를 장기적으로 계속하면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뿐만 아니라 FC 서울 등 ACL에 나서는 K리그 4개 구단은 모두 중국 팀과 정면대결을 벌여야만 한다.

‘축구 굴기’를 내세운 중국 축구는 부동산 기업 등의 투자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했다. 최근 장쑤 세인티가 680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을 제치고 미드필더 알렉스 테이셰이라(브라질)를 영입했다. 또 EPL 첼시의 주축 멤버였던 미드필더 하미리스(브라질·이적료 431억 원)도 영입해 중원을 두껍게 했다. 중국 구단들의 자금력이 유럽 구단에 밀리지 않게 된 것이다.

K리그 팀들은 ACL 조별예선에서부터 중국 팀과 맞붙는다. 전북과 장쑤 세인티, FC 서울과 산둥 루넝, 수원과 상하이 상강, 포항과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한 조에 속했다. 중국 팀 모두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혈전이 예상된다. 지난 시즌 슈퍼리그 3위 산둥 루넝은 브라질 대표팀 출신 공격수 지에구 타르델리를 앞세운 공격력이 매섭다. 슈퍼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상하이 상강은 가나 대표팀 출신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과 개인기가 좋은 미드필더 다리오 콩카(아르헨티나)가 팀을 이끈다.

슈퍼리그 우승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2013년과 2015년 ACL 정상에 오른 중국 최강의 팀이다. ‘명장’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콜롬비아 출신의 공격수 작손 마르티네스를 영입했다. 당시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세계 축구 권력이 중국 슈퍼리그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팀들은 올 시즌 ACL에서의 돌풍을 자신하고 있다. 스벤 예란 에릭손 상하이 상강 감독은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이 ACL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투자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전북을 시작으로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이 ACL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K리그 구단들이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ACL에 나선 K리그 구단들이 모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K리그 팀이 ‘돈의 힘’을 앞세운 중국 팀들을 꺾는다면 명예회복과 경쟁력 제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중국만큼 거액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K리그 구단도 비시즌에 전력 확충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올 시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 진출에 관심이 많은 기업은 ACL에서 좋은 성적을 통한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에 ACL 우승은 축구단이 투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36억 원에 달하는 우승 상금은 선수 영입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K리그 팀들이 중국 축구의 질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k리그#챔피언스리그#최강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